소행성 ‘베누(Bennu)’의 토양 샘플을 채취한 미 항공우주국(NASA)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의 캡슐이 24일 오후 11시 52분(한국 시각) 미국 유타주 미 국방부 시험훈련장에 성공적으로 낙하했다.
오시리스-렉스의 캡슐이 지구에 안착한 건 2016년 9월 8일 미국에서 발사된 이후 7년 만이다. 탐사선은 발사 후 2년간 날아가 지구와의 거리가 태양보다 두 배 먼 3억2000만km 지점의 소행성 베누에 도착했다. 이날 지구로 온 샘플은 2020년 10월 20일 채취한 250g의 소행성 토양 샘플로, 오시리스-렉스가 지구에서 10만2000㎞ 떨어진 지점에서 캡슐을 떨어트린 것이다.
오시리스-렉스의 목적은 지구와 태양계의 기원을 밝혀낼 실마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름도 기원(Origins), 분광 해석(Spectral Interpretation), 자원 식별(Resource Identification), 안전(Security), 토양 탐사(Regolith Explorer)의 앞글자를 따 만들어졌다.
소행성은 지구에 유기물질을 전달해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베누는 탄소와 같은 유기물질이 풍부한 소행성인 만큼, 지구 생명체 탄생에 미친 소행성의 영향을 보여줄 수 있다. 또 소행성은 약 45억 년 전 태양계가 생성될 당시의 상태와 똑같이 유지하고 있다. 기상 현상과 지진 활동으로 환경이 변하는 행성과 달리 소행성은 섭씨 영하 200도의 극저온 우주 공간에서 태양계 초기 암석 성분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오시리스-렉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단테 라우레타 미국 애리조나대 교수는 “베누에서 지구로 샘플을 성공적으로 전달한 것은 실제로는 또 다른 연구의 시작일 뿐”이라며 “이제 샘플을 분석하고 태양계의 비밀을 더 깊이 파헤칠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오시리스 렉스의 또 다른 목표는 향후 발생할지 모를 지구와 소행성 충돌에 대비할 샘플을 채취하는 것이다.과학자들은 탐사선이 소행성에서 채취한 샘플의 밀도와 다공성과 같은 물리적 특성을 분석함으로써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베누는 ‘잠재적으로 위험한 소행성’으로 분류되고 있다. NASA는 2100년대 중반부터 2300년까지 베누가 지구에 충돌할 확률이 1750분의 1이라고 보고 있다.
NASA는 캡슐이 착지한 지 1시간 30분 만에 훈련장 격납고에 설치된 임시 클린룸으로 운반됐다. 이곳에서는 캡슐 내부에 지속적으로 질소를 흘려보냈는데, 지구와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지구의 오염 물질과 닿지 않게 해 완벽한 과학적 분석을 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거치는 과정이다.
오시리스-렉스의 토양 샘플 무게는 250g으로, 일본 ‘하야부사 2호’가 2020년 소행성 류구에서 채취한 양(5g)에 비해 월등히 많다. NASA는 전 세계 과학자 233명에게 샘플을 제공하기로 했다. 다만 채취한 토양의 70% 이상은 미래세대의 연구를 위해 남겨놓는다. 앞서 하야부사 2호의 토양 샘플에선 생명체 핵심 물질인 리보핵산(RNA) 구성물의 일부를 발견되기도 했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완벽한 임무 수행으로 태양계의 기원과 형성에 대한 이해를 심화할 수 있다”며 “베누는 잠재적으로 위험한 소행성이며 샘플에서 배운 내용은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는 소행성의 유형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로 베누의 샘플을 보낸 오시리스-렉스는 또 다른 잠재적 지구 위협 소행성인 ‘아포피스(Apophis)’ 탐사 활동을 벌인다. 아포피스는 2029년 지구에 근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