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3D 구조 예측 AI 모델인 알파폴드의 개발진이 래스커상을 수상했다. 래스커상은 미국판 노벨 생리의학상으로 불리는 권위 있는 상이다. 사진은 알파폴드로 예측한 단백질의 3D 구조./딥마인드

미국판 노벨 생리의학상으로 불리는 래스커상의 수상자가 발표됐다. 올해 수상자는 지난 2020년 처음 발표돼 생물학계를 놀라게 한 단백질 구조 예측 AI 모델인 ‘알파폴드’의 개발진이다.

알파벳의 인공지능(AI) 기술 자회사인 딥마인드의 연구진이 이달 21일(현지 시각) 래스커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번에 상을 받은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대표(CEO)와 존 점퍼 연구원은 알파폴드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황반변성과 당뇨망막병증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광간섭 단층촬영법’을 개발한 제임스 후지모토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교수도 공동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알파폴드는 2020년 11월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AI 모델이다. 단백질 구조 예측 정확도를 겨루는 ‘단백질 구조 예측 학술대회(CASP)에서 그해 우승을 차지하며 과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그간 단백질 구조 연구는 결정(crystal)으로 만들고 X선 회절 영상을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해 수개월이 걸리던 일이었다.

알파폴드는 단백질의 아미노산 염기서열 정보만 입력하면 가능성이 높은 여러 개의 3D 모델을 즉시 제시한다. 덕분에 수년 이상 걸리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알파폴드를 이용해 2억개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하사비스 대표는 “뛰어난 역사를 가진 상을 받게 돼 감사하다”며 “의학 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점퍼 연구원은 “우리는 단백질 구조 예측이 얼마나 어려울지,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알파폴드의 실제 위력은 대단했다”고 말했다.

과학계에서도 알파폴드의 개발이 의학 분야에 편리한 도구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단백질의 3D 구조를 이용하면 백신이나 단백질 의약품 개발은 물론 세포에 정확한 약물 전달을 할 수 있는 ‘분자 주사기’ 개발도 가능하다.

점퍼 연구원은 “알파폴드를 이용해 새로운 연구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알파폴드는 실험의 종말이 아닌 새로운 분야에 영향력이 퍼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후지모토 교수는 1991년 광간섭 단층촬영법을 개발해 안과 의사가 망막 질환을 더 쉽게 진단할 수 있게 했다.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병을 조기 진단할 수 있게 된 공로로 래스커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