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의 인공지능(AI) 기술 자회사 딥마인드가 유전자 변이가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유전병을 일으키는 원인을 찾고 치료법의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딥마인드는 20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유전자 변이가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AI 모델 ‘알파미스센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2020년 단백질 구조 예측 모델인 ‘알파폴드’를 개발해 구조생물학계에 열풍을 몰고 온 이후 다시 한번 혁신적인 생물학 AI 모델을 내놓은 것이다.
연구진은 19일(현지시각)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수많은 질병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며 “희귀 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위한 치료법 개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전자 변이는 유전병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태어날 때부터 갖는 선천병은 물론 외부 환경 때문에 후천적으로 생기는 질병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2013년 유전자 검사 후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유방절제술을 받은 것이 알려져 유전자 변이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당시 그는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BRCA’ 유전자에 변이가 있다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자 변이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유전자의 특정 영역이 사라지거나 추가되기도 하며 염색체의 구조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변이 중 가장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형태는 유전자를 구성하는 DNA 염기 하나가 다른 종류로 바뀌는 ‘미스센스’다. 미스센스 변이가 일어나면 단백질의 아미노산 염기가 바뀌기도 한다. 미스센스 변이가 나타나더라도 대부분 경우는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나 바뀌는 아미노산의 종류에 따라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연구진은 앞서 개발한 알파폴드에 적용한 방식을 사용해 염기서열만으로 미스센스 변이가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있는 AI 모델을 만들었다. 다만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단백질 구조 변화를 예측하는 대신 변이가 질병을 일으킬 가능성을 직접 평가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연구진이 알파미스센스를 개발한 이유는 미스센스 변이가 질병에 미치는 영향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이 가진 DNA는 2억1600만개, 유전자는 약 2만개에 달한다. 사람 한 명에서 평균적으로 발견되는 미스센스 변이는 수천개다. 미스센스 변이의 종류가 워낙 많아 기존 방식으로는 질병과의 연관성을 알아내기 어렵다.
연구진은 알파미스센스에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미스센스 변이를 학습시키고 아직 발견하지 못한 미스센스 변이가 얼마나 있는지 예측했다. 그 결과 인간에게 나타날 수 있는 미스센스 변이는 7100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가 아브섹 딥마인드 연구원은 “인간이 실험적으로 알아낼 수 있었던 미스센스 변이는 전체의 0.1%에 불과했다”며 “AI를 이용한 예측으로 어떤 변이가 질병을 유발하는지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새롭게 찾은 미스센스 변이 중 질병을 일으키는 변이가 33%에 달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다만 아직 실험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만큼 의료 현장에서 즉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사라 타이히만 영국 생어연구소 그룹리더는 “기존 미스센스 변이 예측보다 높은 성능을 보였으나 아직 의학적인 증명이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그럼에도 난치성 유전병의 치료법을 찾는 데 알파미스센스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브섹 연구원은 “과거에는 질병에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졌던 유전자의 역할을 재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약 개발에서 새로운 시도들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