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 조상을 발견한 프랑스의 고인류학자와 고해상도 이미지로 블랙홀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는 데 공헌한 독일의 과학자가 인류애와 평화에 공헌한 과학자들과 문학가들에게 수여하는 발잔상(Balzan Prize)을 받는다.
국제발잔상재단은 12일(현지 시각) 데이비드 댐로쉬(David Damrosch) 미국 하버드대 비교문학과 교수와 장 자크 후블린( Jean-Jacques Hublin)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 에스케 빌레르슬레프(Eske Willerslev)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 하이노 팔케(Heino Falcke) 네덜란드 라드바우드 교수를 올해 발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저널리스트 에우제니오 발잔의 딸 안젤라 발잔이 아버지 유산으로 설립한 국제발잔재단이 수여하는 이 상은 인류애와 평화, 형제애에 기여한 과학자와 문학가들에게 주고 있다. 1961년 처음 상을 주기 시작해 매년 4명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다.
올해는 인문학과 자연과학 분야에서 비교 문헌, 인간 진화와 블랙홀 연구를 발전시킨 학자들이 상을 받았다.
문학사학자인 댐로시 교수는 지리와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서구와 비서구 문학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세계 문학에 대한 창의적인 접근 방식을 제안한 공로로 이번에 발잔 세계 문학상을 받았다. 25권의 책을 집필하거나 편집했으며, 전 세계 50개국에서 강의를 펼쳤고 10만명이 넘는 인원이 그의 온라인 강좌를 수강했다.
인류 진화 분야 상을 수상한 후블린 교수는 프랑스 태생으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호모 사피엔스를 발견하여 인류 진화 연구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을 받았다. 재단은 시상 이유로 “호모 사피엔스 발견에서 최첨단 기술의 데이터를 종합하고 과학팀을 구성하는 그의 능력, 교수이자 대중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자질이 높이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함께 인류 진화 부문상을 받은 빌레르슬레프 교수는 인류 이동과 이주에 초점을 맞춘 진화론적 관점으로 인간의 DNA 추적을 통해 인류 역사에 대한 이해를 변화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빌레르슬레프 교수는 치아에서 나온 고대 DNA를 활용해 당시 인류 조상의 병원체를 식별하고 환경 샘플에서 직접 DNA를 검색하는 방법을 도입하면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팔케 교수는 인류 최초로 블랙홀 주변 이미지를 포착한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끈 인물로 평가된다. 이 망원경은 M87로 알려진 은하계와 우리 은하의 블랙홀 가운데 가장 선명한 이미지를 확보했고 중력이 너무 강해서 시공간이 상당히 휘어지는 상황에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검증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발잔 재단은 3년마다 주는 인류애와 평화, 형제애 분야 상 수상자로 2000년부터 이탈리아와 라틴아메리카에 긴급 구호 활동을 펼친 프란체스카 라바 재단을 선정했다.
수상자는 84만 달러(11억1400만원)을 받으며 그 중 절반은 수상자가 선호하는 연구에 반드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시상식은 11월 17일 스위스 베른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