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종이 드론’(cardboard drones)을 이용해 러시아 비행장에서 5대의 전투기를 손상시켰다고 발표했다.
29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현지 매체인 키예프 포스트에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비행장에서 미그-29기 1대와 수호이-30 전투기 4대를 공격했다”며 “2개의 ‘판치르’(Pantsir) 지대공 미사일 발사대와 S-300 방공 시스템 일부도 손상시켰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이번 공격에 동원된 종이 드론은 모두 16대였고, 이 중 격추된 건 3대였다”고 밝혔다. 또 이 종이 드론이 지난 3월 호주 정부로부터 지원 받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러시아 공군의 동향을 전하는 친(親)러 블로거 ‘파이터바머’는 텔레그램에 “이번 공격은 호주가 제공한 종이 드론을 사용한 첫 공격”이라며 “이 드론들의 엔진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만약 전기가 동력이라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출발했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포브스와 인더스트리 탭 등 외신은 지난 4월 최근 호주기업 SYPAQ시스템스가 ‘PPDS(Precision Payload Delivery System)’라는 이름의 종이 드론을 우크라이나군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비행장에서 전투기를 손상시킨것으로 추정되는 이 종이 드론은 왁스 처리된 판지(板紙)로 제족돼 ‘하늘을 나는 피자박스’로도 부른다. 길이 약 2m 주날개와 프로펠러 등으로 구성된 이 종이 드론은 4각판으로 배달돼 전장에서 병사가 쉽게 조립해 사용할 수 있다. 이는 투석기 같은 발사대를 통해 공중으로 이륙하는 방식이다.
종이 드론은 카메라·정보 수집 센서를 장착해 정탐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탄약, 식량, 의약품 뿐 아니라 소형 폭탄을 싣고 전선으로 날아가 투하 가능하다.
또 종이 재질이라 감시망에 걸릴 위험도 낮다. 왁스 처리된 판지라 물에 쉽게 젖지 않아 재활용도 할 수 있다.
가격이 다른 드론에 비해 저렴하다는 것도 특징이다. 종이 드론의 값은 한 대당 670~3350달러(88~44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장에 대량 사용되더라도 아군의 전쟁 수행 능력에 부담을 크게 주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반면 미국이 지원한 휴대용 자폭드론 스위치블레이드300의 경우 순항속도는 시속 101km인데 비행반경은 10~40km로 비교적 짧다. 최대 비행시간은 15분 내외다. 한 대당 가격은 6000달러(795만원) 수준이며 발사대는 별도로 5만달러(약 6600만원)가 든다.
SYPAQ 측은 “(이 종이 드론은) 발사대를 이용해 튀어 오르듯 공중으로 이륙해 활주로도 필요 없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러시아군이 처음에 겉모습만 보고 비웃을 수 있으나 그 웃음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