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초전도저온학회가 이달 22일부터 24일까지 강원도 정선에서 하계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 학회는 최근 국내 연구진이 상온·상압 초전도체라고 주장하고 있는 ‘LK-99′을 검증할 위원회를 꾸려서 운영하고 있다. 당연히 대다수 관련 연구자들이 모이는 이번 학술대회에서도 LK-99와 관련된 논의가 오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이번 학술대회의 공식 석상에선 LK-99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이번 하계학술대회에서 LK-99 관련 내용을 다루는 세션을 편성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당초 학회는 LK-99에 대한 별도 세션을 짧게라도 만들지 말지를 두고 내부 논의를 진행해 왔다. 만약 세션을 꾸린다면 현재 학회가 운영 중인 LK-99 검증위원회(검증위)가 지난 3주간 LK-99의 초전도성을 검증하며 확인한 내용을 다루려고 했다.
그러나 학회는 LK-99 관련 내용을 학술대회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학회 관계자는 그 이유에 대해 “아직 LK-99의 초전도성을 검증하는 작업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 석상에서 이를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또 퀀텀에너지연구소로부터 LK-99 샘플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멋대로 LK-99를 다루는 건 연구소 측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유명 연구기관에서 LK-99의 초전도성을 검증한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오고 있다. 아울러 과학계 저널 양대산맥인 네이처, 사이언스까지 LK-99를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학회가 부담을 느껴 이번 학술대회에 LK-99 관련 내용이 나오지 않을 거란 예상도 있었다.
이번 결정에 과학계 분위기는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는 게 학회 측 설명이다. 학회 관계자는 “LK-99 논문 내용이 사실일 거라는 가정하에 중립적 자세로 검증하는 것이 학회의 역할”이라며 “학회는 학회가 짠 계획대로 가는 것이지 과학계 분위기와는 관계없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출범한 검증위는 퀀텀에너지연구소가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게재한 LK-99 논문을 기반으로 직접 샘플을 만들어 초전도성을 검증하고 있다. 아직까지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지는 않다. 검증위는 지난 18일 중간 발표를 통해 “현재까지 초전도성을 나타내는 측정 결과는 없다”고 했다.
검증위는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에 논문 작성 당시 직접 사용한 LK-99 샘플을 제공해 주면 빠른 시일 내에 초전도성을 검증해주겠다고 전했으나 아직 샘플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검증위에 따르면 퀀텀에너지연구소는 “현재 준비 중인 논문이 게재되기 전에는 샘플 제공이 어렵다”고 검증위에 답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지난달 23일 국제 학술지인 ‘ALP 머터리얼즈’에 논문을 제출한 상태다. LK-99 관련 연구에 참여한 김현탁 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엄 앤메리대 교수는 “현재 피어 리뷰(동료 과학자들이 논문 내용을 검증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