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일본을 강타한 동일본 대지진처럼 진도 7을 넘어가는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이를 예측할 수 있는 전조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해외 연구진이 밝혀냈다. 대지진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쿠엔틴 블레터리 프랑스 코트다쥐르대 지구과학과 연구원팀은 20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대지진의 전조현상'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대지진 전조현상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는 이전부터 계속 있었다. 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미리 파악해두면 사람들을 미리 대피시켜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지진과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 전조현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전 세계 기상 관련 기관들은 지진계를 넓은 범위에 걸쳐 깔아놓고 지진활동이 관측되는 순간 지진 경보를 전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한국 기상청의 경우 지진이 관측되면 5~10초 안에 지진조기경보, 속보 등이 전송된다. 사실상 예보가 아닌 실시간 중계 수준이다.
연구팀은 전 세계에 설치된 위성항법장치(GPS) 3026개가 기록한 지진 데이터를 모아 분석에 들어갔다. 동일본 대지진은 물론 지난 2월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지진 등 진도 7을 넘어가는 대지진 90건을 기록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GPS를 이용하면 지진으로 인한 지형 이동을 기록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지진 규모, 발생 위치, 깊이와 같은 다양한 수치를 확인하는 게 가능하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 90개 대지진이 발생하기 약 2시간 전에 동일하게 '단층 미끄러짐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을 확인했다. 한 덩어리였던 지표면이 어떠한 힘을 받아 깨지면서 2개 이상으로 나뉘는 현상이 단층이다. 이때 단면을 맞대고 있는 2개의 지표면이 서로를 향해 나아가려다 힘이 엇갈리면서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것이 단층 미끄러짐 현상이다. 사람 2명이 주먹을 맞대고 있는 힘껏 주먹을 밀었을 때 피부가 쓸리면서 주먹이 엇갈리는 원리와 유사하다.
단층 미끄러짐 현상이 대지진 전조현상일 수 있다는 추측은 전부터 있었다. 다만 이를 대규모 GPS 데이터를 이용해 입증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미국 UC버클리대의 롤랜드 뵈르그만 지구행성과학과 교수는 "이번 발견으로 대지진이 발생하기 1시간 이상 전에 사람들에게 지진 경보를 내릴 수 있을 가능성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구팀은 단층 미끄러짐 현상을 대지진의 전조현상으로 확정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블레터리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지진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설치돼있는 각종 장비는 측정 범위와 정확도 모두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Science,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g25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