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과, 기계공학과 연구진. (왼쪽 위 원부터) 김지윤 교수, 배준범 교수, (왼쪽부터) 김준수 연구원, 최준규 연구원.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얇은 감자칩도 부서지지 않게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한 움직임이 가능한 로봇 부품 기술이 개발됐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팔꿈치에 착용해 근육 부담을 덜어주는 수트를 비롯해 다양한 로봇을 개발할 수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김지윤 신소재공학과 교수팀과 배준범 기계공학과 교수팀이 부드럽고 유연한 소프트 로봇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부품인 ‘소프트 밸브’ 기술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로봇 부품은 외부 자극을 감지해 전기 없이 구동부 움직임을 정밀하게 조종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사용 시 전기가 필요 없기 때문에 물속이나 불똥이 튀는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사용 가능하다. 가벼운 소재를 써서 만들 수가 있고 부품 한 개당 800원 정도로 가격도 저렴하다.

이제껏 로봇 본체는 부드러운 소재로 만들었지만 자극 감지 센서나 구동 제어 부품은 딱딱한 전자 부품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연구로 센서와 구동 제어 부품까지 유연한 소재로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팀은 새로 만든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물건을 손쉽게 집을 수 있는 만능 집게를 만들었다. 이 집게는 단단한 로봇 손으로는 쉽게 부스러지는 감자 칩부터, 무겁고 부피가 큰 나무토막까지 잘 집어냈다. 불똥이 튀는 환경이나 물속에서도 잘 작동했다.

또 이 부품으로 착용형 팔꿈치 보조 로봇을 만들어 팔 근육 부담을 효과적으로 줄였다. 사람의 팔 굽힘 각도에 따라 자동으로 팔꿈치 보조력이 증가하는 형태다. 로봇을 착용했을 때 팔꿈치에 작용하는 힘이 평균 6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개발한 소프트 밸브 부품은 튜브 속을 흐르는 공기로 구동부를 움직인다. 튜브 끝단을 당기면 튜브 속에 나선형으로 감겨있는 실이 튜브를 눌러 공기의 유입과 유출을 조절하는 원리다. 튜브 끝단을 잡아당기면 구동부가 마치 아코디언 바람통이 움직이는 모양처럼 늘어났다 줄었다 작동하게 된다.

또 연구팀은 튜브에 감겨있는 실의 구조나 개수를 정밀하게 프로그래밍해 공기의 유입과 유출을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튜브 끝단에 동일한 힘을 가해도, 실이 감긴 모양과 개수에 따라 구동부를 상황에 알맞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배 교수는 “개발한 부품은 전자 소자 없이 소재 프로그래밍을 이용해 간단히 사용할 수 있어 다양한 웨어러블 시스템의 개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가 담긴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4일 온라인 게재됐다.

참고자료

Nature Communications,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3-39691-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