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논산에서 산사태로 건물이 붕괴해 2명이 숨지고, 경북 영주 풍기읍에서 산사태로 2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는 등 집중 호우로 인명 피해가 잇따르면서 산사태와 토사에 따른 매몰 사고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5일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장마로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지반이 약화한 가운데 지난 13일부터 집중호우가 또 내리면서 전국에 산사태 등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 산지는 경사가 급하고 풍화암·마사토 지대가 많아 산사태가 발생하기 쉽다.
지난해 서울연구원은 기후 변화로 수도권에 집중호우와 폭우가 심해지면서, 오는 2030년 이후 현재보다 산사태의 위험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서도 오는 2030년 국내 폭우가 현재 대비 20% 늘고, 산사태 확률이 5배 폭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사태는 경사지의 흙덩어리가 물을 머금어 무거워지면서, 미끄러져 내려가는 현상이다. 경사면 비탈 쪽으로 토양이 쏟아져 내리는 현상인데, 땅속에 물이 꽉 차면 마찰력이 줄어드는 것도 한 이유가 된다.
산사태는 특히 화강암, 편마암으로 이루어진 지역이나 토양층이 서로 다를 때 많이 발생한다. 물을 머금는 정도가 다르니 밀어내는 압력과 무게가 서로 다르게 작용하기 때문에 토양이 다른 경계 부분에서 주로 발생한다.
흙이 적은 급경사지보다는 중간 정도의 경사를 지닌 산지에서, 뿌리가 깊이 박히는 활엽수림보다는 침엽수림에서 발생 위험이 더 크다. 그러나 지금처럼 비가 계속되는 계절에는 경사가 높은 산은 물론이고, 도심지의 축대나 옹벽도 위험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설명이다.
산림청은 산 경사면에서 갑자기 많은 양의 물이 샘솟을 때나 산허리 일부에 금이 가고 갑자기 내려앉을 때 즉시 대피해야 할 것을 권고했다. 비탈길 아래쪽에서 황토물이 솟구쳐 오른다거나, 위쪽에 없던 물골이 보이면서 황토물이 흘러내리는 경우다.
이 밖에 평소 잘 나오던 샘물이나 지하수가 갑자기 멈출 때도 산사태 위험 신호로 봐야 한다는 것이 산림청 설명이다. 샘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산 위에서 지하수가 통과하는 토양 쪽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 갑자기 산허리 일부에 금이 가거나 내려앉을 때, 바람이 없는데도 나무가 흔들리거나 넘어지는 때, 산울림·땅울림이 들리는 것도 산사태의 대표적 전조 증상으로 꼽힌다.
산사태가 나면 돌·흙이 떨어지는 방향에서 옆으로 이동해 가장 높은 곳으로 가야 한다. 건물 안에 있을 때 산사태가 발생하면 화재 위험을 막기 위해 가스 밸브와 전기를 차단하고 대피해야 한다. 만약 대피할 수 없어 집·건물 안에 있으면 산과 멀리 있는 높은 층 방으로 이동한 뒤 몸을 움츠려 머리를 보호하고 119에 신고해야 한다.
반지하의 경우 비가 많이 와서 집이 침수됐다면, 물이 집 안으로 들어차더라도, 현관문을 열어 둬서 쉽게 나갈 수 있도록 대비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문 바깥쪽 수위만 높아져 있다면 물의 압력으로 문이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지난 5월 15일부터 오는 10월 15일까지 여름철 자연 재난 대책 기간 전국 산사태 예방·대응을 총괄하는 ‘산사태예방지원본부’를 가동하면서, 24시간 비상근무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산림청은 전날 오후 1시를 기해 대전·광주·전남지역 산사태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 발령했다.
오는 16일까지 충청·전라권에 100∼250㎜, 많은 곳은 300∼40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서울·인천·세종·경기·강원·충북·충남·전북·경북에도 산사태 위기경보 심각이 발령됐다.
행정안전부에서 지난해부터 전국 급경사지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급경사지에 대한 사면 관리 코드를 부여, 급경사지 상시계측관리를 확대하는 등 급경사지 안전관리 체계를 개선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해 3종 시설물에 옹벽을 추가하고, 국도변 비탈면 상시계측관리를 확대함으로써 비탈면 및 옹벽 관리 강화를 위한 제도를 개선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발생 이후 119개 산지 및 공원을 대상으로 사면전수조사를 시행했으나, 조사 이후 10년 이상 지난 만큼 재조사를 거쳐 위험 등급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