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물체를 쫒는 동물의 시각 능력이 대뇌 감각영역에서 조절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박정준 석사 연구원, 김설민 박사과정 연구원, 이준열 연구위원 김형구 연구위원./기초과학연구원

본격적인 여름 날씨가 찾아오면서 단잠을 방해하는 불청객인 모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모기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크기에 빠른 움직임을 보이지만, 집중한다면 계속 추적해 마침내 잡을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이 이렇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물체의 움직임을 쫓는 능력의 비밀을 풀었다.

이준열 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연구위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물체를 시각으로 따라갈 때 대뇌 피질의 감각영역에서 이전 경험을 바탕으로 감각운동 능력을 높인다고 13일 밝혔다.

감각운동은 외부 자극에 반응해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능력을 말한다. 가령 움직이는 모기를 볼 때, 파리가 움직이는 방향과 속력을 뇌에서 계산해 움직임을 예측하고 눈으로 따라가게 된다.

연구진은 감각운동을 관장하는 뇌 부위를 찾기 위해 붉은털원숭이를 이용해 실험했다. 원숭이가 바라보는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시선추적장치’를 착용시키고 움직이는 물체를 눈으로 따라가도록 했다. 동시에 전극을 삽입해 눈의 움직임과 대뇌 외측시각피질 신경세포의 활동을 측정했다.

원숭이는 동그란 구역에서 무작위로 찍힌 점을 따라가는 과제를 받았다. 점은 눈에 잘 보이는 정도와 예측 가능성에 따라 다양한 패턴으로 제시됐다. 이렇게 얻은 실험 데이터는 시뮬레이션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분석해 시각 피질 영역의 예측 정보와 감각 정보가 처리되는 경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행동실험 결과, 원숭이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점을 따라 가더라도 이전에 학습한 경험을 바탕으로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경우에는 정확한 추적을 할 수 있었다. 반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점이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에는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 정보가 확실하지 않을 때 경험을 통해 감각운동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진은 대뇌 외측시각피질 세포의 신경활성을 분석해 뇌가 예측한 물체의 운동 방향을 추정했다. 연구진이 찾은 추정치는 실제 물체의 움직임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물체가 잘 보이지 않을 때 외측시각피질 세포의 방향 예측이 눈의 움직임을 주로 관장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외측시각피질 세포의 활성 패턴이 시각을 자극하는 물질의 방향도 예측하며 이를 수치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를 통해 감각운동의 정확도와 속도가 결정된다는 것을 밝혔다. 이전까지 물체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기능은 전두엽에서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다른 실험 결과다.

이준열 연구위원은 “외측시각피질이 감각 정보를 단순히 신경 신호로 전달하는 영역이 아니라, 사전 지식을 통한 예측으로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뇌영역이라는 것을 밝혔다”며 “감각운동과 인지기능 장애 치료 연구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이달 7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Science Advances,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g4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