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스마트폰, TV, 모니터와 같은 전자제품 디스플레이에 널리 쓰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은 극복한 차세대 반도체 ‘마이크로LED’를 안정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기술을 내놨다. 특수 용액에 마이크로LED 부품과 기판을 넣고 흔들면 부품이 알아서 조립되는 신개념 공정이다.
권성훈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유체자기조립(Fluidic Self-assembly) 방식을 이용해 마이크로LED를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12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공개했다. 서울대 김창순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팀, 남재욱 화학생물공학부 교수팀도 이번 연구에 참여했다.
마이크로LED는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주로 쓰는 OLED보다 성능과 에너지효율이 더 뛰어나다. 마이크로LED는 더 적은 에너지로 OLED보다 선명한 색감을 구현할 수 있다. 때문에 마이크로LED로 만든 디스플레이는 OLED 디스플레이보다 화질이 훨씬 좋다.
아울러 마이크로LED에서는 OLED의 치명적 단점인 ‘번인(Burn-in) 현상’도 일어나지 않는다. 번인 현상은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소자의 수명이 다해가면서 화면에 잔상이 남는 것을 뜻한다. OLED는 빛과 열에 약한 유기물질을 써서 만들었기 때문에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밝기와 색 재현력이 떨어져 번인 현상에 취약하다. 마이크로LED는 OLED와 달리 내구성이 좋은 무기물질로 만들어 번인 현상이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마이크로LED를 양산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점이다. 기존에 디스플레이 소자를 만들던 방식처럼 로봇팔을 사용해 부품을 기판 위에 하나씩 조립하는 방식을 쓰기에는 마이크로LED 부품 하나하나가 너무 작아 수율이 떨어졌다.
이에 연구팀은 유체자기조립 방식을 마이크로LED 생산 공정에 활용해보기로 했다. 마이크로LED 부품과 그 부품을 조립할 때 쓰는 기판을 특수 제작한 용액과 함께 통에 넣고 흔들면, 부품이 알아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 마이크로LED가 완성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마이크로LED를 만들었을 때 수율이 99.88%가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자신들이 만든 마이크로LED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시제품도 만들었다. 유체자기조립 기술로 제작한 마이크로LED 2만개를 가지고 청색 발광 패널을 제작해 아무 문제 없이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마이크로LED는 길이 45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 두께 5마이크로미터 크기다. 80㎛ 정도인 머리카락 두께보다 16배 얇은 것이다.
권 교수는 이전에도 유체자기조립 방식으로 다양한 연구 성과를 낸 바 있다. 지난 2008년 기판 바닥에 미세한 홈을 만들고 여기에 수십~수백㎛ 크기의 초소형 부품들이 들어 있는 액체를 부어 부품들이 스스로 조립되도록 하는 방법으로 초소형 에펠탑, 그리스신전, 컴퓨터 키보드 등을 만들었다. 이번에 만든 마이크로LED 제조 기술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권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기록한 수율은 마이크로LED 양산 분야에 있어 매우 획기적인 숫자”라며 “앞으로 더 많은 연구를 통해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말하는 ‘꿈의 수율’ 99.9999%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 교수 연구팀은 이 기술을 만들기 위해 LG전자와 지난 5년간 공동 연구를 했다.
이번 연구 성과가 담긴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참고자료
Nature,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616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