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장.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자폐 증상을 포함해 다양한 뇌 발달 장애를 유발하는 ‘ADNP 증후군’이 발병하는 원리를 국내 연구진이 알아냈다. ADNP 증후군의 치료는 물론 자폐증의 발병 기전과 치료에 대한 연구에도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김은준 시냅스뇌질환연구단 단장 연구팀이 높은 빈도로 자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ADNP 유전자의 결손이 어떻게 자폐 증상을 포함한 ADNP 증후군을 유발하는지 그 병리 기전을 밝히고,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6일 밝혔다.

자폐증(자폐 스펙트럼 장애)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저하와 반복 행동의 증가 외에도 지적 장애, 과잉 행동, 불안 장애 등을 동반한다. 유병률이 전 세계적으로 2.8%(36명 중 1명)에 달해 자폐증의 원인 규명과 치료법 발견이 절실하다. 자폐증의 원인으로 유전적 요인 및 환경적 요인, 뇌의 기능 이상 등이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자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된 1000개가 넘는 다양한 유전자 중 ADNP는 높은 빈도로 자폐증을 유발한다. ADNP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자폐증 외에도 언어 및 운동 지체 등 다양한 뇌 발달 장애를 유발하는데, 이를 통칭해 ADNP 증후군이라고 한다.

김 단장 연구팀은 실험용 생쥐를 이용해 ADNP 결손 시 나타나는 자폐 관련 증상의 원인을 알아냈다. ADNP 결손 생쥐는 기억력 및 사회성 감소, 불안장애 증가 등 다양한 자폐 유사 증상을 보였으며, 신경전달의 일종인 시냅스 가소성이 과도하게 증가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 변화는 흥분성 시냅스의 형성, 신호 전달 등을 조절하는 CAMK2라는 시냅스 효소 단백질과 그 기질 단백질들의 과도한 인산화가 원인임을 발견했다.

이에 연구팀은 CAMK2에 인산화 억제제(KN-62)를 처리했을 때 시냅스의 신경전달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CAMK2의 과인산화가 ADNP 결손 생쥐에서 보이는 과도한 신경전달 및 자폐 관련 행동을 유발함을 나타내는 것, 약물 처리를 통한 CAMK2 활성 억제가 자폐 및 ADNP 증후군의 새로운 치료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김 단장은 “자폐증의 핵심적 특징인 인지적 경직성이 ADNP 결손 생쥐 모델에서도 확인됐다”며 “이번 연구는 CAMK2 단백질의 인산화 억제를 통한 시냅스 가소성 회복이 ADNP 증후군과 자폐 증상 치료에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가 담긴 논문은 국제학술지 ‘분자 정신과학(Molecular Psychiatry)’에 지난달 26일 온라인 게재됐다.

참고자료

Molecular Psychiatry, DOI: https://doi.org/10.1038/s41380-023-021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