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을 받은 고규영 KAIST 특훈교수./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규영 한국과학기술원(KAIST) 특훈교수가 2023년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고 교수는 치매를 유발하는 뇌척수액 노폐물 주요배출경로를 세계에서 최초로 규명해 퇴행성 뇌질환 예방과 치료 연구의 새 장을 연 인물로 평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2일 ‘2023년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고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전북대 의과대학 출신인 고 교수는 전북대 의대에서 교수를 하다 포항공대(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겨 연구에 뛰어들었다. 이후 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와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 단장을 맡아 다양한 연구를 이끌고 있다.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은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탁월한 연구성과를 이룬 과학기술인을 발굴해 국민들에게 알리는 국내 최고 권위의 과학기술인상이다. 수상자에게는 대통령 상장과 상금 3억원이 수여된다. 올해는 23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고 교수가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다.

고 교수의 연구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건 치매 같은 퇴행성 뇌질환을 유발하는 뇌 속의 노폐물이 뇌 밖으로 배출되는 주요 경로가 뇌막 림프관이라는 사실을 규명한 연구다. 고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노폐물 배출능력이 떨어지는 뇌막 림프관 기능 저하가 치매로 이어진다는 것도 밝혀냈다. 이 연구결과는 뇌의 인지기능 저하,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 교수는 림프관 경유 암세포가 림프절로 전이하기 위해 지방산을 핵심 연료로 활용한다는 사실도 최초로 규명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대부분의 암세포가 포도당을 주 에너지원으로 쓴다는 것이 정설이었으나 고규영 교수는 기존 암 연구와는 다른 접근법을 적용해 면역기관인 림프절에 전이돼 성장하는 암세포의 생존전략을 규명했다.

이외에 고 교수는 암성장과 림프절 전이에서의 암혈관과 림프관의 특성, 쉴렘관(각막주위 림프관)의 항상성 유지와 녹내장 발생 원인을 규명하는 등 림프관 관련 연구에서도 세계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고 교수는 앞서 경암학술상, 아산의학상, 호암상, 과학언론상, 옥조 근정훈장 등을 받았다.

고 교수는 수상 사실이 알려진 뒤 기자들과 만나 “어려운 재정에도 과학자에게 많은 지원을 해주는 정부에 감사한다”며 “연구원과 동료 교수들, 가족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치매를 유발하는 뇌척수액 노폐물 배출경로를 밝혀낸 자신의 연구를 계속 발전시켜 실제 사람을 치료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 교수는 “언젠가는 우리 연구가 치매 예방과 치료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믿고 노력하고 있다”며 “치매 치료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차원의 신약이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의사과학자 육성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고 교수는 의사 출신으로 직접 연구에 뛰어들어 세계적인 석학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의사과학자가 연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나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며 “그렇게 돼야 제대로 된 신약 개발이나 병의 기전을 밝혀내는 것들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