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곳곳에 퍼져 있는 배경 중력파가 처음 관측됐다. 우주의 시작과 함께한 중력파는 빅뱅이론과 블랙홀, 초신성의 비밀을 풀어줄 단서로 꼽힌다. 중력파 연구의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과 캐나다 등 190명 이상의 과학자가 소속된 ‘북미 나노헤르츠 중력파 관측소(NANOGrav)’는 총 68개의 펄서에서 나온 중력파를 15년간 관측한 결과를 천문학 분야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레터(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28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중력파는 질량을 지닌 물체가 가속운동을 할 때 생기는 중력의 변화가 시공간을 전파해 가는 물결처럼 출렁이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빠르게 회전하면서 강력한 자기장을 갖는 중성자별 펄서(Pulsar)를 통해 중력파를 관측한다. 다만 중력파의 세기가 매우 작아 10광년(光年·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거리에서 0.1㎜ 변화를 구분할 수 있는 정밀도가 필요해 관측이 어렵다.
중력파는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라이고)가 2015년 처음 관측에 성공했다.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이론으로 존재를 예견한 지 100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하지만 라이고는 태양보다 10~100배 이상의 질량을 가진 블랙홀의 충돌을 관측하는 등 주로 높은 주파수의 중력파 신호만 검출했다. 우주에 무수히 존재하는 중력파의 극히 일부분만 본 것이다.
NANOGrav는 지난 15년간 저주파인 배경 중력파를 검출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지금까지 관측한 중력파는 급격하고 순식간에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이번에 관측한 건 일종의 잡음처럼 우주에 퍼져 있는 배경 중력파다. 라이고와 달리 저주파를 검출해야 하기 때문에 검출기 성능이 좋아야만 관측할 수 있다.
연구팀은 푸에르토리코 아레시보 천문대와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의 그린뱅크 전파망원경, 뉴멕시코주의 VLA전파망원경으로 중력파 신호를 수집했다. 이후 ‘펄서 타이밍 어레이’라는 새로운 감지기를 이용해 중력파를 검출했다. NANOGrav가 수집한 중력파는 사람의 가청 범위보다 훨씬 낮은 10억분의 1㎐ 수준이다. 연구팀은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윙윙’거리는 듯한 배경 중력파의 소리도 시뮬레이션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10만~100만 개의 중력파가 중첩된 현상을 보여주지만, 연구팀은 초거대질량 블랙홀 쌍성이 합쳐지면서 중력파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루크 켈리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천체물리학 교수는 “그동안 쌍성계 초거대질량 블랙홀이 영원히 서로 돌며 중력파를 생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도 있었다”며 “하지만 마침내 극도로 가까운 블랙홀이 많이 존재한다는 강력한 증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배경 중력파 관측은 향후 우주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은하가 얼마나 자주 병합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있다. 또 낮은 주파수의 중력파를 감지할 수 있게 되면서 전자기파로는 알 수 없는 빅뱅 직후 초기 우주와 블랙홀, 초신성에 대한 비밀도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콧 랜섬 미국 국립전파천문대 연구교수는 “향후 오케스트라처럼 음악을 만들어내는 중력파를 음처럼 골라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중력파를 결합한 연구 결과는 은하 구조와 우주 역사, 진화에 대한 이해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고자료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DOI: https://doi.org/10.3847/2041-8213/acdac6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DOI: https://doi.org/10.3847/2041-8213/acda9a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DOI: https://doi.org/10.3847/2041-8213/acda88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DOI: https://doi.org/10.3847/2041-8213/acdc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