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는 현실이 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류가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면서 만들어낸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쌓이면서 지구를 갈수록 뜨겁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전 지구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온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높아지면 지구에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1.5도’는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한 마지노선인 셈이다. 하지만 모든 인류가 갑자기 경제 활동을 멈추지 않는 한 마지노선을 지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과학자들이 ‘지구공학(geoengineering)’이라는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건 이런 이유다. 지구공학은 쉽게 말해 과학기술로 지구 기후를 인위적으로 조절해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기술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빛을 줄여서 지구를 시원하게 만들자는 아이디어다. 건물 지붕에 단열판을 붙이면 건물 내부가 시원해지듯이 지구 전체에 단열판 역할을 할 ‘무언가’를 붙이는 기술이다.
성층권에 비행기를 띄워서 탄산칼슘이나 황산염 같은 미세입자를 뿌려서 태양빛을 반사하는 층을 인위적으로 만들거나 지구의 복사열을 가두는 권운을 제거하는 방법 등이 있다. 북극해에서 미세한 염수 물방울을 하늘에 분사하는 방법도 있다. 소금 결정이 구름의 태양빛 반사율을 높여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구공학은 미국이나 유럽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지구공학을 지구온난화의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하면서 관련된 연구 프로젝트를 후원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데이비드 키스 교수는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청(NOAA)과 함께 성층권에 탄산칼슘 미세입자를 주입하는 실험을 실제로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지구공학의 가능성과 기술적인 현 주소를 점검해보는 자리가 열렸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20일부터 23일까지 강릉 분원에서 제17회 아슬라 심포지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아슬라 심포지엄은 신라시대 강릉 지역의 이름인 ‘아슬라’를 본 딴 것으로 해외 유명 학자를 초청해 도전적인 과학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하는 자리다. 이번 포럼에는 조선비즈가 공식 미디어 후원사로 참여했다.
이번 아슬라 심포지엄의 주제가 바로 지구 공학이다. 심포지엄을 준비한 염성수 연세대학교 대기과학과 교수는 “지구공학은 지구로 들어오는 에너지를 어떻게든 줄여보자는 차원에서 나온 아이디어”라며 “지구공학을 실제로 실행하는 건 정치인들의 결정에 달렸지만, 과학자들은 지구공학이 선택 가능한 옵션인지 연구를 통해 과학적인 의견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실제로 지구공학의 다양한 방법론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참석했다. 미국 워싱턴대학의 로버트 우드 교수는 바다에 넓게 분포하는 층운이 더 많은 태양빛을 반사할 수 있도록 구름의 성질을 바꾸는 방법을 소개한다.
이화여대의 김혜미 교수는 국내 학자 중 지구공학을 실제로 연구한 경험이 있는 몇 안 되는 학자다. 김혜미 교수는 성층권에 미세입자를 뿌려서 태양빛을 반사시키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태양빛을 반사시키는 방법 외에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술(CDR)에 대한 논의도 예정돼 있다. 강호정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가 CDR 기술의 현 주소를 이야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