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염증성 장 질환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약물 후보 물질을 찾았다. 최근 환자 수가 크게 늘고 있지만,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염증성 장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전상용·조병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진은 경구투여 시 염증성 장에서 과도하게 활성화된 대식세포를 표적 할 수 있는 키토산-빌리루빈 (Bilirubin) 나노입자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대표되는 염증성 장 질환은 최근 국내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1980년대까지 국내에서 염증성 장 질환은 아주 드물게 나타났지만, 2011년에는 크론병이 1만3000여명, 궤양성 대장염은 2만9000여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서구화된 식습관을 비롯한 환경적인 요인이 염증성 장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항산화 물질을 이용해 치료제를 개발하려고 시도 중이다. 특히 헤모글로빈이 분해되면서 만들어지는 ‘빌리루빈’이 강력한 항산화 능력으로 치료제 후보물질로 주목 받고 있다. 항염증 효과가 좋아 치료제 개발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물에 잘 녹지 않아 장 질환 치료제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한계는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KAIST 연구진은 빌리루빈을 물에 잘 녹는 ‘저분자 수용성 키토산(LMWC)’과 결합해 염증성 장 질환 치료제를 개발했다. 장까지 약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물론 장 점막에 쉽게 결합할 수 있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식이다.
이번에 개발한 약물은 먹는 약으로 사용했을 때 기존 치료제인 ‘아미노살리실리산’보다 높은 치료 효과를 보였다. 또 정전기적 인력으로 장 점막에 결합해 흡수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 내벽에 흡수된 약물은 염증을 일으키는 면역세포의 활성을 낮춰 효과적으로 면역 시스템을 회복할 수 있었다.
생쥐에게 약물을 먹였을 때는 염증성 장 질환으로 인한 장내 미생물 변화를 막는 효과도 확인됐다. 염증성 장 질환에 걸리면 염증성 세균(박테리아) 중 하나인 ‘튜리시박터’가 증식해 증상을 악화하는데, 이를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건강에 유익한 유산균인 ‘서터렐라’ ‘오실로스피라’ ‘락토바실러스’는 비율이 유지돼 단순히 염증만 막는 기존 치료제를 뛰어넘는 효과를 보였다.
전상용 교수는 “단순히 염증만 없애는 기존 치료법을 뛰어넘어 장내 미생물 환경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면역반응을 정상화하는 나노의약품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나노입자에 기반한 장 질환 치료법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ACS 나노’에 지난달 25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ACS Nano, DOI: https://doi.org/10.1021/acsnano.3c03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