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날아온 입자를 활용해 글로벌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가 닿지 않는 곳에서도 위치를 측정하고 길 안내를 받을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실내와 지하는 물론 물속이나 무너진 건물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 우리의 일상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 받는다.
다나카 히로유키 일본 도쿄대 지진연구소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15일(현지시각) 국제 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뮤온 입자를 이용한 실내 위치 확인 시스템을 실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우주에서는 초신성·블랙홀·중성자별 같은 거대한 천체가 폭발하면서 큰 에너지를 가진 입자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입자는 지구 대기와 부딪히면서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를 만든다. 그중 하나인 뮤온은 1㎡ 면적에 1분당 약 1만개가 떨어질 정도로 많은 양이 만들어진다. 수명은 100만분의 1초에 불과하지만 워낙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만큼 붕괴하기 전에 지상에 도착한다. 전자처럼 물질 내부를 잘 관통하기도 한다. 이런 특징을 이용해 2017년에는 뮤온으로 이집트의 대피라미드에 숨겨져 있던 방을 찾아내기도 했다.
도쿄대 연구진은 뮤온의 특징을 활용해 지하에서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위치를 확인하는 데는 GPS가 사용된다. 다만 GPS는 투과력이 낮은 전파 신호를 사용하는 만큼 건물 안이나 지하는 물론이고 높은 건물로 둘러싸인 곳에서는 위치를 측정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다나카 교수는 “뮤온을 이용하면 GPS의 단점을 극복하고 지하와 실내는 물론 물속에서도 작동하는 새로운 종류의 위치 확인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서 2020년 수중 화산활동과 지각 변동으로 해저 지형 변화를 뮤온으로 측정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4개의 뮤온 입자 검출기를 이용해 검출기에 뮤온이 닿는 속도 차이를 이용해 상대적인 거리와 위치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에는 ‘muWNS’라는 이름을 붙였다.
도쿄대 연구진은 실내에서도 뮤온으로 위치 확인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6층 건물의 지하에서 실험했다. 건물 옥상과 지하에는 각각 뮤온 검출기를 설치하고 사람이 직접 신호 수신기를 갖고 건물을 오르내리며 위치를 측정했다. 측정 결과 뮤온을 이용하면 비교적 높은 정확도로 사람의 위치를 측정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치 해상도는 2~25m 수준으로 GPS의 GPS의 해상도인 수십㎝에 비하면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시스템을 보완하면 상용화 수준으로 해상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평가했다.
다나카 교수는 “이 시스템의 위치 해상도를 1m 이하로 낮추려면 시간 동기화의 정밀도만 높이면 된다”며 “칩 스케일 원자시계(CSAC)를 적용하면 상용화 수준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칩 스케일 원자시계는 외부의 신호 없이도 자체적으로 정확한 시간을 측정할 수 있어 GPS, 군사 장비 같은 첨단 기술에 활용되고 있다.
뮤온을 이용해 GPS 신호가 닿지 않는 곳에서도 위치 파악이 가능해지면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의 활용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또 건물이나 광산이 붕괴했을 때 실종자를 수색하는 데도 활용해 인명 피해를 예방할 수도 있다.
다나카 교수는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스마트폰에 탑재할 정도로 소형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길 안내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iScience, DOI: https://doi.org/10.1016/j.isci.2023.107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