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평창캠퍼스에 건설되고 있는 평창 전파망원경.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의 네 번째 전파망원경인 평창 전파망원경이 곧 준공된다. 기존 3기의 한국 전파망원경이 전 세계적인 블랙홀 관측 프로젝트에서 활약한 만큼, 평창 전파망원경이 추가되면서 한국이 선명한 블랙홀을 관측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14일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강원 평창군 서울대 캠퍼스에 건설되고 있는 전파망원경이 올해 하반기 중으로 준공된다. 평창 전파망원경은 내년 상반기 시범 운영을 거쳐 같은 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관측에 나설 예정이다.

평창 전파망원경은 서울 연세대와 제주 탐라대, 울산대에 이은 네 번째 KVN 전파망원경이다. 전파망원경은 가시광선을 광학망원경과 달리 지구에 도달하는 라디오파를 수집한다. 다만 라디오파는 장파장에 속해 분해능이 떨어져 관측해도 형상을 알아보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파망원경을 하나의 안테나처럼 작동하게 만들어 여러 전파망원경을 잇는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VLBI)가 사용된다.

그래픽=손민균

천문연은 2009년 VLBI 전파망원경 관측망인 KVN(Korean VLBI Network)을 구축했다. 직경 21m로 제작된 KVN 전파망원경에는 22·43·86·129㎓ 대역을 동시에 관측할 수 있는 수신기가 설치됐다. 전파망원경이 수집하는 주파수가 높으면 지구 대기에 의해 위상 변화로 데이터 손실이 발생하지만, 낮은 주파수(22·43㎓)를 활용해 분해능을 높였다.

새로 구축하는 평창 전파망원경은 세계 최초로 230㎓ 채널을 추가해 18~270㎓ 전파까지 관측할 수 있다. 전파망원경 사이의 거리인 기선은 3개에서 총 6개로 증가하고, 전파망원경 직경과 같은 거리도 480㎞에서 500㎞로 늘어난다. 기선의 개수와 거리가 늘어나면서 천체 영상 이미지 데이터 전송 속도와 정확도, 신호감도 등 성능도 최대 두 배 향상될 전망이다. 전파망원경이 4개로 늘어나 데이터 손실률이 높은 86㎓ 이상의 주파수를 더 정확히 보정할 수 있다.

KVN은 국제협력으로 다양한 천체 관측에 활용되고 있다. 천문연은 KVN을 포함해 일본과 중국 총 13개 전파망원경으로 ‘동아시아 VLBI 네트워크(East Asia VLBI Network·EAVN)’를 운영하고 있다. EAVN은 조만간 성능시험 관측을 끝내고, 1~2년 후 본격적인 연구 관측을 수행할 예정이다.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EHT)’ 프로젝트가 관측한 처녀자리 M87 초대형 블랙홀의 그림자. 중심의 검은 부분은 블랙홀(사건의 지평선)과 블랙홀을 포함하는 그림자고, 고리의 빛나는 부분은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다. /EHT

평창 전파망원경 구축으로 가장 기대하는 분야는 블랙홀 관측이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 일본, 남미 등 다국적 연구자들이 참여한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EHT)’ 프로젝트에서 KVN은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EHT 국제공동연구팀은 2019년 처녀자리 블랙홀 M87과 지난해 궁수자리 A 블랙홀의 그림자를 포착했다.

차세대 EHT 프로젝트는 흐릿하게 포착한 블랙홀을 더 선명한 모습으로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제공동연구팀은 나아가 물질을 빨아들이고 방출하는 블랙홀의 활동을 파악할 예정이다. 평창 전파망원경이 수집하는 230㎓가 블랙홀의 중심부를 관측하는 만큼 한국도 주도적으로 참여할 전망이다. 230㎓를 관측할 수 있는 전파망원경 네트워크는 전 세계에 10개 정도다.

변도영 천문연 전파천문본부 책임연구원은 “평창 전파망원경은 내년 상반기 성능시험을 거쳐 하반기 본격적으로 연구 관측에 돌입할 예정”이라며 “내년 4월부터 동시에 다양한 주파수를 관측할 수 있는 KVN을 활용해 차세대 EHT 프로젝트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