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 병 같은 퇴행성 뇌 질환 치료의 새로운 전기를 열 것으로 기대됐던 치료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년 전 관련 논문이 나왔을 때는 불치에 가까운 파킨슨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는 기대를 모았지만, 후속 연구 끝에 실제로 작동하기 힘들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한국뇌연구원과 미국 존스홉킨스대, 일본 도쿄대, 덴마크 오르후스대가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8일(한국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최근 퇴행성 뇌 질환의 치료법으로 주목받은 'Ptbp1' 유전자의 불활성화를 통한 세포 변환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새로운 퇴행성 뇌 질환 치료법의 등장으로 전 세계 과학계와 의학계의 주목을 받은 지 3년 만에 조금은 허무한 결과다.
문제의 연구 결과가 발표된 건 2020년 6월이다. 푸시앙동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이나대 교수 연구팀은 신체 조직을 연결하는 섬유아세포에서 RNA 결합 단백질의 하나인 'Ptbp1'을 제거하는 실험 도중 새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섬유아세포를 담아뒀던 배양접시에 시간이 지난 뒤 신경망이 재생된 것이다. 이후 연구팀은 뇌에서 신경세포를 성장·유지하고 시냅스 활동을 보조하는 성상세포에 이 현상을 접목하면 신경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퇴행성 뇌 질환은 뇌의 특정 부분에 있는 신경세포가 집중적으로 손상되면서 나타난다. 'Ptbp1'을 이용해 신경세포를 재생할 수 있다면 퇴행성 뇌 질환의 획기적인 치료법을 찾은 것과 다름없었다. 당시 연구팀은 파킨슨 병에 걸린 생쥐 모델에 이 연구 결과를 적용해 치료하는데 성공했다고도 발표했다. 이후 중국과학원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를 내놓으며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 후보 유전자로 'Ptbp1'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이들의 연구 결과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검증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성상세포의 유전자를 불활성화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사용했는데, 정확하게 성상세포만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한 실험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Ptbp1' 유전자를 불활성화하더라도 신경세포로 변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연구의 진위에 대한 논란은 더 커졌다.
이에 한국뇌연구원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Ptbp1' 유전자를 불활성화해 성상세포를 신경세포로 만들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새로운 실험 방법을 사용했다. 이전 연구에서 사용한 바이러스 대신 생쥐의 교배만으로 성상세포의 유전자를 불활성화했다. 또 성상세포를 형광으로 볼 수 있도록 유전자 변형 생쥐를 만들어 실험에 활용했다.
이후 성상세포를 하나씩 확인할 수 있는 실험 기법을 사용해 실제로 유전자의 불활성화로 신경세포 전환이 이뤄졌는지 확인했으나 실제 세포의 형태가 변하는 것은 확인하지 못했다. 기존 연구에서 주장한 신경세포의 재생법이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한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김주현 한국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해당 유전자가 퇴행성 뇌 질환에서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주목받은 만큼 아쉬운 실험 결과"라면서도 "최근 3년간 논란을 겪은 연구 결과를 여러 과학자들이 검증해 나가며 과학적 엄밀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3년 전 연구 결과를 내놓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추가 연구를 통해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다시 한 번 증명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유전자의 발현을 감소시킨 것과 아예 없앤 것에 따른 차이일 수 있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연구 결과가 맞다는 걸) 다시 한번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Nature,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0-2388-4
Nature,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6066-9
Nature,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606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