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건조한 이사부호.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가운데 정부가 오염수 방류 이후 북태평양에서 방사능 실측에 나선다. 오염수에 대한 공포심이 국내 수산업계의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과학적인 데이터 검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7일 과학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올해부터 5년간 후쿠시마 오염수 실측을 위한 ‘해양 방사능 오염 신속 탐지 기술 개발사업’에 나선다. 이 사업은 2021~2022년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된 ‘방사능 선상 계측 장비 구축사업’의 후속 사업이다. 오염수가 떠다닐만 한 해역을 돌아다니며 해수를 떠서 방사성 핵종과 방사능을 분석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종합해양과학조사선인 이사부호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취항한 이사부호는 해양기후 탐사와 해저광물, 지질탐사가 가능한 5000t급 대형 해양과학조사선이다. 국내 연안이 아닌 북태평양으로 실측 지역을 결정하면서 규모가 작은 온누리호 대신 이사부호가 출항하게 됐다. 국내에 해외 해양연구가 가능한 대형 조사선은 이사부호와 극지연구소의 아라온호 정도다.

해양과기원은 이사부호에 방사능 핵종 현장분석 장비를 실어 출항할 예정이다. 아직 일본의 방류 시기가 정확히 정해지지 않은 만큼, 출항 시기도 확정되지 않았다. 조사 범위는 일본 해안에서 200해리(약 370㎞) 떨어진 배타적경제수역(Exclusive Economic Zone·EEZ) 바깥 북태평양 해역이다.

그래픽=손민균

이사부호에는 방사능 핵종 분석을 하루 만에 할 수 있는 첨단 장비가 실린다. 오염수에 대한 빠르고 정확한 분석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기존에 이사부호에 실려 있던 해양 방사능 핵종 분석 장치 대신 첨단 장비를 실었다. 기존 설비는 바다에서 시료를 채취한 뒤 육상 실험실에서 방사능 핵종을 분석하는 방식이라 결과가 나오기 까지 최소 두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방사능 핵종 시료를 냉각하기 위해 주입하는 액화 질소를 1~2주에 한 번씩 교체해 선상 분석이 불가능했다.

반면 이번에 새로 구축한 분석 설비는 계측과 분석을 하루 만에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해양과기원은 이사부호 선상에서 신속하게 방사능 핵종을 분석할 수 있는 현장계측실과 현장실험실을 구축했다. 세슘(Cs) 같은 감마 핵종을 정밀 측정할 수 있는 계측기 2대가 포함된 설비다. 이 계측기는 계측이 12시간 이내, 전처리 농축 6시간 이내로 가능해 해양 방사능 핵종 분석이 하루 이내로 가능하다. 계측 정보도 무선 통신을 활용해 관계 부처에 바로 알릴 수 있다.

방사능 분해능은 1.33MeV(전자볼트·입자의 에너지 단위)에서 2KeV 방사선으로 향상됐다. 그만큼 다양한 핵종을 계측할 수 있다. 액화 질소를 이용한 냉각기는 전기 냉각시스템으로 교체돼 선상에서 정확한 방사능 핵종 분석이 가능하다. 새로 도입한 장비의 상대효율은 100%로 시료 내에 있는 감마 핵종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낮은 농도의 시료 3~4개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성능도 갖췄다.

해양과기원은 지난해 10월 현장계측실과 현장실험실을 종합해양조사선 온누리호에 탑재해 남해 21곳에서 현장 테스트를 거쳤다. 애초 제주도 인근 남해로 유입되는 방사능 핵종을 측정할 계획이었으나,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해 조사 수요가 증폭되면서 북태평양으로 관측 해역이 변경됐다.

이사부호의 후쿠시마 오염수 실측은 그동안 시뮬레이션으로만 예측했던 확산 경로를 직접 확인한다는 의미가 있다. 앞서 해양과기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올해 2월 한국방재학회 학술대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해양과기원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감사 등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먼바다까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이사부호로 관측하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됐다”며 “관측 지역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 밖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조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