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위성보관동에서 3차 발사를 앞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3단에 탑재위성이 장착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이달 24일 3차 발사를 앞두고 있다. 1차 발사에서는 위성모사체(모형위성), 2차 발사에서는 성능검증위성과 큐브위성, 위성모사체를 싣고 발사했지만, 이번에는 실제 임무를 위한 5종의 인공위성이 실린다.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소형위성 2호(NEXTSAT-2)’와 부탑재위성인 큐브위성 4종이다.

그 중에서도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탑재체의 성능을 검증하고, 지구관측·우주실험을 할 예정이다. 우주산업의 경제적 가치가 점점 커지면서 누리호가 이뤄낸 발사체 기술 국산화에 이어 선진국들이 독점하고 있는 핵심 위성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도전이다.

◇국내 인공위성 기술 시험의 장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인공위성 기술 국산화를 목표로 2017년 3월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인공위성연구소는 국내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KITSAT-1)를 개발해 1992년 발사에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수십종의 인공위성을 개발하며 관련 기술을 확보해 오고 있다. 2018년에는 차세대소형위성 1호의 발사에도 성공하면서 소형위성 플랫폼(기반 기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1호에서 확보한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철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위성연구2실장은 “탑재체의 종류에 따라 구조가 조금 바뀌기는 했지만, 이미 검증된 기술을 사용해 이번에는 탑재체 성능 검증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차세대소형위성 2호의 탑재체 성능 검증이 잘 이뤄진다면 지구관측 위성의 주요 탑재체를 국산화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발사에서는 중점기술탑재체인 ‘합성개구레이더(SAR)’와 핵심기술탑재체인 ‘상변환 물질 적용 열제어장치(PCM)’ ‘X밴드 질화갈륨(GaN) 기반 전력증폭기(XSSPA)’ ‘글로벌위치확인시스템(GPS)-갈릴레오 복합항법수신기(GPSR)’ ‘태양전지배열기(SAP)’ 등 총 5종의 성능 검증을 추진한다.

SAR은 차세대소형위성 2호를 만든 인공위성연구소에서 개발한 지구 관측 장비다. 가시광선 대신 레이더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아직 국내 기술로 개발된 사례는 없다.

SAR의 국산화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레이더 관측 방식이 가진 장점 때문이다. 가시광선을 이용해 지구를 관측하면 구름에 가려진 지역이 보이지 않거나 어두운 야간에는 촬영이 제한된다. 반면 레이더를 이용하면 날씨와 시간에 관계 없이 관측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환경·국방 분야에서 활용도가 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 실장은 “SAR은 활용도가 크지만,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어 돈만 낸다고 살 수 있는 장비가 아니다”며 “이번 시험이 성공하면 국내 지구 관측 기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외부 기관과 기업에서 개발한 4종의 핵심기술탑재체는 위성산업에서의 중요성을 따져 선정했다. 아직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업용 인공위성 탑재체의 기술 검증이 목표다. 실제로 차세대소형위성 1호에 실려 성능검증이 이뤄졌던 탑재체인 반작용휠, 광학자이로가 2호의 주요 부품으로 사용된 만큼, 이번 임무에서 성능 검증을 하는 탑재체도 다음 인공위성 개발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탑재체의 성능 검증은 발사 후 약 3개월 동안 이뤄질 계획이다. 다만 모든 탑재체가 처음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만큼 검증 기간은 최대 1년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합성개구레이더(SAR)는 날씨와 시간에 관계없이 지구 관측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장비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아 필요한 시기에 도입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번 차세대소형위성 2호의 임무가 성공한다면 한국도 SAR의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사진은 유럽우주청(ESA)의 '센티넬' 위성에 실린 SAR의 관측 모식도. /유럽우주청(ESA)

◇해빙·산림·바다 관측, 환경 분야 연구 나선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에 실린 탑재체의 성능 검증이 이뤄진 후에는 본격적인 지구 관측 임무에 나선다. 주요 임무는 지구의 환경 감시다.

극지방의 해빙은 지구 환경을 가장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지표인 동시에 지구 전체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SAR을 이용해 해빙의 움직임과 속도, 이동 경로를 분석할 예정이다. 촬영된 영상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해빙의 종류도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산림 생태계를 감시하는 임무도 수행한다. 특히 접근이 어려운 산림지역이나 넓은 범위를 동시에 관측해야 하는 연구에 활용된다. 또 레이더의 반사 형태를 분석하면 나뭇잎 모양이 다른 활엽수와 침엽수를 구분할 수 있어 관측 지역의 생태 환경에 대한 조사나 탄소 흡수량을 계산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해양 환경오염과 기상 상태 추적에도 나설 예정이다.

지구관측뿐 아니라 우주과학 연구 임무도 수행할 예정이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에는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우주실험탑재체인 우주방사선관측기(LEO-DOS)가 실려 근지구 궤도에서 우주방사선의 흡수량과 우주환경 변화를 연구한다. 우주방사선에 대한 지도를 만들어 우주비행사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된다.

◇누리호 발사 시간 늦어진 이유, SAR 성능 검증 때문

누리호 3차 발사에서는 이전과 달리 실제 임무를 하는 소형위성이 실리는 만큼 발사 시간에도 차이가 있다. 임무 수행에 적합한 궤도에 위성을 올려놓으려면 정해진 시간에 맞춰야 한다.

앞서 누리호 1·2차 발사는 오후 4시로 계획됐다. 반면 이번 발사는 이보다 2시간이나 늦은 오후 6시 24분으로 예정됐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를 활동 궤도인 고도 550㎞의 ‘여명-황혼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다. 여명-황혼궤도는 태양동기궤도로도 불리며, 태양과 마주보고 있어 태양 빛을 항상 받을 수 있다.

이 실장은 “차세대소형위성 2호의 핵심 탑재체인 SAR 작동에 많은 전력이 필요해 선택한 궤도”라며 “목표 궤도에 위성을 올리기 위해 발사 시간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여명-황혼 궤도에 진입할 수 있는 시간은 오후 6시 24분을 기준으로 약 30분 전후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개발 당시 해외의 발사체를 이용해 발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누리호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국내 발사체로 발사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덕분에 원하는 궤도에 손쉽게 안착할 수 있게 됐다. 한 번에 많은 수의 위성을 싣는 해외 발사체에서는 상대적으로 고도가 낮은 여명-황혼 궤도에서 일찍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누리호가 발사된 후 차세대소형위성 2호가 분리되면 30분 뒤 남극 세종기지 상공을 지난다. 이때 위성과 기지는 신호를 주고받으며 이상 여부를 파악한다. 1시간 30분 뒤에는 KAIST에 있는 관제소 상공을 지난다. 이때 다시 한번 위치를 파악하면 대략적인 궤도 안착 여부가 확인된다. 이후 2년 간 지구 상공을 돌며 임무를 수행한다.

KAIST 인공위성연구소는 이번 발사를 포함해 지금까지 쌓아온 소형위성 기술을 활용해 우주쓰레기 청소용 위성도 개발할 예정이다. 이를 활용해 국내 최초의 위성인 우리별 1·2호를 지구로 귀환시킨다는 계획도 있다. 우리별 1·2호는 수명을 다한 이후 각각 고도 1000㎞, 500㎞ 상공에서 표류하고 있다.

이 실장은 “우리 기술로 만든 위성으로 최초의 위성을 회수한다는 목표를 위해서는 이번 임무 성공이 밑 바탕 돼야 한다”며 “우주 산업에 필요한 기술의 국산화를 위한 도전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