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손상된 유전자를 복구하기 위해 서로 다른 유전자 복구 메커니즘이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지금까지는 한 종류의 디옥시리보핵산(DNA) 손상 과정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그에 한정된 하나의 복구 메커니즘만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명경재 단장(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특훈교수) 연구팀은 DNA 이중나선절단 복구 과정을 구체적으로 관찰하면서 다른 독립적인 DNA 복구기전인 ‘DNA 틀린짝 복구(mismatch repair)’의 핵심 단백질인 MSH2-MSH3가 중요하게 관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17일 밝혔다.
DNA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방사능, 자외선 등 여러 환경적 자극이나 화학물질 노출로 인해 일부분이 손상되거나, 절단 부위가 다른 곳에 가 붙게 되는 등 변형이 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단백질 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노화나 암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DNA 손상을 빠르게 복구하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문제다.
DNA 이중나선절단 복구 과정을 이해하는 건 질병을 치료하는 데에도 중요하다. DNA 이중나선절단 복구는 유방암 및 난소암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DNA 이중나선절단 복구가 어떤 단백질에 의해 이뤄지고, 이 단백질이 어떻게 손상을 인식하고 복구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세포에 355나노미터(㎚) 레이저를 조사해 DNA 이중나선절단 분위를 만들고 MSH2-MSH3 단백질과 다른 복구 관련 단백질들을 형광단백질로 표지해 손상 부위로의 이동과 결합을 관찰했다. 그 결과 MSH2-MSH3 단백질이 염색체 구조를 풀어주는 단백질과의 결합을 통해 이중나선절단 부위로 이동해 손상부위에 결합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 손상 부위에서 DNA 이중나선 구조를 단일나선 가닥으로 절개하는 효소인 EXO1을 끌어온 뒤 EXO1을 활성화시켜 손상된 DNA 끝단의 절단을 증가시켰다. 이렇게 EXO1에 의해서 DNA 끝단의 절단이 이루어지면 상동재조합 복구가 유도되어 돌연변이가 감소된다.
연구를 진행한 명경재 단장은 “이중나선절단 복구, 틀린짝 복구, 작은 유사 염기 이용 복구 등 기존에 서로 완전히 독립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여겨지던 복구 메커니즘과 관련 단백질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을 처음 밝힌 성과”라며 “이번 연구성과가 손상된 DNA의 복구를 막아 암세포의 비정상적인 증식을 억제하는 항암제 개발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이자일 교수 연구팀과 부산대학교 오정민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핵산 연구(Nucleic Acids Research)’에 지난 4일 게재됐다.
참고자료
Nucleic Acids Research, DOI : https://doi.org/10.1093/nar/gkad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