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발생한 동해 지진은 규모가 4.5로 올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컸다. 강원도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에서 발생했지만, 충청도 내륙에서도 진동을 느낄 정도였다. 특히 이번 지진은 최근 동해 일대에서 크고 작은 지진이 계속되던 와중에 발생해 더욱 긴장감을 높였다. 행정안전부도 지진 위기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했다.
이번 지진의 진앙 5㎞ 이내에서는 지난 4월 23일 이후에만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13회나 발생했다. 올해 들어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 지진 44회 중 3분의 1 가량이 이 지역에 몰려 있는 것이다. 크고 작은 지진이 계속되다 보니 지역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앞으로 지진이 계속 이어질지에 대한 전망을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앞서 작은 지진들이 이어지다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만큼 작은 규모의 여진을 제외하면 큰 지진이 다시 일어날 확률은 크지 않다는 전문가의 분석이다. 반면 이 정도 규모로는 응력이 해소되기 힘들기 때문에 더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금은 동해 해역을 위주로 지진이 발생하지만 한반도 내륙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늘 지진이 본진… 더 큰 규모 지진은 어려워”
더 이상 큰 지진이 없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으로 단층에 쌓여 있던 에너지가 해소됐다고 보고 있다. 장성준 강원대 지구물리학 교수는 “앞서 동해 지역에서 여러 번의 지진이 났는데 가장 큰 규모가 3.5였다”며 “이번에 발생한 규모 4.5의 지진과는 에너지로 치면 차이가 32배가 나기 때문에 오늘 지진을 본진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단층면에서 큰 본진이 일어나기 전에 작은 전진이 여러 번 발생하는데, 그 과정이 오늘 지진으로 마무리됐다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더 일어날 수는 있지만, 더 큰 규모의 지진을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며 “다만 규모가 커지지는 않겠지만 한 달 정도는 여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창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도 “과거 사례를 보면 이 정도 규모(4.5)가 본진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동해 일대에서 지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2020년에도 해남 지역에서 76회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한 적이 있다. 조은영 기상청 지진화산연구과 사무관은 “동일본 대지진 때 지각에 큰 변형이 있었기 때문에 그게 해소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며 “2020년에 해남에서 76회의 지진이 발생했고, 충남 보령에서도 2013년에 60회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최근 동해 일대 지진이 이례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응력 해소하기엔 부족… 내륙 영향 미칠 수도
지진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응력이다. 응력(應力·stress)은 암석이 외부 압력에 버티는 힘을 말한다. 당연히 버티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데, 단층에 쌓이는 응력이 한계에 도달하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움직이거나 균열이 생긴다. 이게 바로 지진이다.
이번 동해 지진을 경계하는 전문가들은 이 응력이 아직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본다. 김영석 부경대 환경지질과학전공 교수는 “지진의 규모는 단층의 크기와 비례하게 돼 있는데, 앞서 전진이 발생한 영역을 관찰하면 단층의 규모가 아주 넓은 범위에 걸쳐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며 “이런 단층의 영역에 비하면 이번에 발생한 4.5 규모의 지진은 응력을 해소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미소지진이 동해에서 발생한다는 건 동해안 내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라며 “규모 4.5의 지진이 내륙 지역에 지진동을 전달하면 아직 응력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개연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29일에는 충북 괴산군에서 규모 4.1의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해역과 내륙에서 발생하는 지진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함인경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 사무관은 “통계상으로 보면 올해가 평년보다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진 위협에도 눈뜬 장님인 한국
동해 지진이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입장이 분분하다. 하지만 한국의 지진 대비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데에는 모두가 공감했다.
지진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한반도의 단층구조선이다. 지진은 단층이 비틀리거나 깨지는 곳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단층구조선을 파악하고 있어야 지진에 대해서도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아직 한반도 단층구조선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 이후에야 단층조사에 착수해 동남권 일대만 겨우 조사를 마무리했다. 현재는 2026년을 목표로 충청권의 단층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동해 해역은 손도 못 대고 있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는 “내륙은 지진계라도 촘촘하게 깔 수 있지만, 해역은 해저지진계 설치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탐지가 쉽지 않다”며 “과거 울릉도 앞바다에도 해저지진계가 있었지만 고장이 잦다는 이유로 결국 폐쇄됐다”고 말했다. 조창수 지질연 센터장도 “지진 조사는 지표가 파열된 후에 그 층을 연구해야 하는데 해양 같은 경우는 쉽지가 않다”며 “사실상 깜깜이 상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