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가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신규 치료 물질을 바이오기업 바스테라에 이전했다고 3일 밝혔다. /IBS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가 국내 기업에 기술이전됐다. 치매 치료제 개발이 잇따른 임상시험 실패와 약한 효능으로 실패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신규약물 ‘KDS12025′를 개발해 바이오기업 바스테라에 이전했다고 3일 밝혔다. 기술이전 규모는 임상시험 진행에 따른 로열티를 포함해 총 53억원이다.

퇴행성 뇌질환인 치매는 전 세계의 인구 고령화 추세와 함께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65세를 넘어서면서 발병률이 크게 높아지는데, 현재 국내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층의 약 10%인 93만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마땅한 치료법은 없는 상황인데, 기존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깃으로 한 약물 대부분은 임상시험에서 실패하거나 단기간 증상 완화를 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IBS·KIST 공동 연구진은 2020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반응성 별세포의 마오비(MAOB) 효소에 의해 만들어지는 과산화수소가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활성산소의 한 종류인 과산화수소는 신경세포의 사멸을 유도해 치매를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공동 연구진은 당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과산화수소를 제거하는 효소인 ‘퍼옥시데이즈’의 활성을 높이는 물질인 KDS12025를 개발했다. 이 물질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 동물실험에서 과산화수소를 없앨뿐 아니라 신경세포의 생존률을 높여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린 동물의 인지능력과 기억력을 회복시키는 것도 확인했다. 또 현재 사용되는 과산화수소 제거 약물보다 뇌-혈관 장벽(BBB)을 쉽게 통과하고 효과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창준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단장은 “이번 연구는 과산화수소를 제거해 치매를 치료하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며 “이번 기술이전을 발판삼아, 향후 글로벌 임상을 거쳐 치매 극복과 과산화수소 관련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박기덕 KIST 뇌질환극복연구단 단장은 “KDS12025이 초고령화 사회의 핵심문제인 알츠하이머 치매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바스테라는 강상원 이화여대 생명과학과 교수가 창업한 기업으로, 생체신호계를 조절하는 신약 개발 플랫폼을 통해 심혈관계, 퇴행성 뇌질환 같은 만성 질환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