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는 올해 50주년을 맞은 대덕특구의 재도약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과학도시’라는 대전의 수식어를 지키기 위해선 무엇보다 대덕특구의 존재감이 중요하다는 인식에서다.
작년 12월 5일에는 대덕특구 재창조 종합이행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이 참석해 대덕특구 발전을 위한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10대 핵심과제를 포함한 34개 세부과제가 확정됐다. 2032년까지 10년 동안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로 단체장 임기가 정해져 있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규모의 사업이다.
조선비즈는 지난 10일 대전시 서구 대전시청에서 대덕특구 재창조 종합이행계획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석봉 대전시 경제과학부시장을 만나 지방 과학기술 문제와 대덕특구 발전 방안 등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이 부시장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CBS, 중앙일보 기자를 거쳐 2000년 대전에서 대덕 연구개발 특구를 기반으로 한 과학기술 인터넷 언론 대덕넷을 창간해 운영해온 언론인 출신이다. 지난해 민선 8기 대전시 초대 과학부시장에 선임됐다.
-대전을 ‘과학도시’라고 부른다. 과학 도시가 대체 뭔가.
“대전은 정부출연연구기관 같은 물리적 자원과 그 안의 실험 장비, 실험을 수행할 연구 인력이 풍부하다. 이런 하드웨어를 제외하고 소프트웨어 차원에서는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우리 도시가 과학도시다’라는 공감대를 가져야 한다.”
-대전이 과학도시라는 데 공감하나.
“어떤 지역을 ‘과학도시’라고 부르려면 사람들이 사는 집터과 일터, 레저를 즐길 수 있는 놀이터, 이 세 가지가 모두 20분 안에 있어야 한다고 본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차로 20~30분 이상 걸리는 곳엔 투자하지 않는다는 격언이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사실 대전이 ‘과학도시’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야 심리적인 거리도 가까워진다. 출연연이든 기업 연구소든 그런 시설이 집이나 놀이터와 가까워야 거기에 사는 사람들이 대전이 ‘과학도시’라는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갖게 된다. 그나마 서울이나 판교 같은 곳보다는 대전이 이런 부분에서 조금은 더 과학도시에 가깝다는 생각은 한다.”
-대덕특구가 대전 ‘과학도시’ 이미지의 핵심인데. 대덕특구는 이야기한 부분이 잘 갖춰져 있나.
“부족하다. 실제로 대덕특구는 대전 사람들에게 일종의 ‘섬’ 취급을 받는다. 연구단지 시절부터 하면 50년이나 됐지만, 대전 사람들과 특구가 일체감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더 크게 보면 우리나라 전반의 문제인데, 과학은 과학자들만의 영역이고 그들만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많다. 일상 속에 과학이 뿌리내리지 못한 것이다.”
-대덕특구와 대전이 일체감을 가지게 할 방법이 있을까.
“사람들에게 지역이 가진 차별점을 알려야 한다. 이야기를 계속 해줘야 된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서울이 아니라 자기 지역을 좋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눈으로 현장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전이 가지고 있는 인프라, 예를 들어 기업의 연구소나 출연연 탐방을 콘텐츠처럼 활용하고 있다. 서울 말고 대전에도 이렇게 좋은 일자리가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직접 보여주는 방법이다. 4월부터 대덕특구 출연연을 개방해서 가족 단위로 견학을 하고 있는데 만족도가 90%를 넘는다. 지역이 가진 정체성을 미래 자원인 아이들에게 환기시키고 실질적인 관심을 갖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여름방학에는 초중고 학생들이 대덕특구 출연연의 과학 시설에서 교육을 받도록 하는 ‘주니어 닥터’ 프로그램도 운영하려고 한다.”
-인프라도 중요한 문제다. 대덕특구 내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대전은 내륙에 있다 보니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는 시설이 사람을 찾아 다니는 시대다. 우리는 수출 위주 산업 구성 탓에 더 그렇다. 그럼에도 대전도 많이 노력하고 있다. 5월에 외국 제약 대기업이 대전에 생산시설과 연구시설을 짓는다. 중요한 터닝 포인트다. 세계적인 연구개발 기업이 대전에 올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이 있나.
“일단 용적률 규제를 풀려고 한다. 같은 부지에서도 고밀로도 활용할 수 있게 용적률을 높이고, 층수 제한도 풀어주려고 한다. 땅을 좀 더 효율적으로 써서 같은 부지에서도 더 많은 기업과 사람이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네트워크도 더 활발하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본다.
한 달에 두 번씩 대덕특구 내에서 기술 교류회도 시작했다. 같은 공간에 모인 연구자들끼리 모여서 서로 교류하게 만들고, 시너지를 창출하는 게 원래 대덕특구를 만든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