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 관계자들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1년 3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당시 핵연료가 녹아내린 1호기 원자로 바닥에 구멍이 뚫렸어도 방사능 오염수 농도에는 영향이 없다는 정부 분석이 나왔다. 애초에 원자로에 구멍이 뚫렸기 때문에 원자로 격납건물 내부로 투입된 냉각수가 방사능에 오염된 것이므로, 방사능 오염수 농도가 더 높아질 일은 없다는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26일 서울 중구 대회의실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설명회를 열고 이와 같이 밝혔다.

임승철 원안위 사무처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 원자로 바닥에 구멍이 났으리라는 건 모든 전문가가 예상하고 있던 상황”이라며 “원자로 바닥에 구멍이 뚫렸다고 오염수에 방사능 물질이 더 늘어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지난달 원격조종 로봇을 투입해 1호기 격납용기 바닥 부분을 촬영했는데 원자로 바닥에 붙어있던 장치들 대신 검은 공간만 찍혔다. 이에 도쿄전력은 “1호기 격납용기 바닥에 구멍이 뚫리면서 원래 있던 장치들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원자로 격납건물 기본 구조도. 핵연료를 4개 구조물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원자로는 핵연료, 핵연료 피복관, 원자로 압력용기, 격납용기, 격납건물 등 5개 요소로 구성돼있다. 핵연료를 4개 구조물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핵연료에서 핵분열이 발생하며 나오는 수증기가 원자로 외부에 있는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게 원자력 발전소가 작동하는 원리다.

후쿠시마 사고는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원자로 안으로 냉각수를 공급하는 펌프가 작동을 멈추면서 발생했다. 냉각수 펌프는 전기로 작동하는데 사고 당시 쓰나미로 원전에 전기를 공급하는 설비가 물에 잠겨 고장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평소 300도 수준을 유지하던 핵연료 온도가 1000도를 넘어가며 녹아내렸다. 이것이 ‘멜트다운’이라 불리는 노심용융 현상이다.

녹아내린 뜨거운 핵연료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핵연료를 둘러싸고 있는 압력용기와 격납용기까지 녹였고, 그 결과 구멍이 뚫리는 상황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김성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책임연구원은 “애초에 격납용기에 구멍이 났기 때문에 (방사능) 오염수가 발생한 것”이라며 “정상적인 원전처럼 핵연료가 녹지 않고 격납용기 안에 온전히 있었다면 오염수가 생길 일도 없다”고 말했다.

핵연료, 압력용기, 격납용기와 같은 구조물들은 모두 두꺼운 콘크리트로 된 격납건물 안에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 측은 격납건물 안에 직접 냉각수를 쏟아붓는 방식으로 핵연료를 식히는 중이다. 이렇게 격납건물 내부로 투입되고 있는 냉각수가 지금 문제가 되는 방사능 오염수다.

즉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자체가 압력용기, 격납용기에 뚫린 구멍 때문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구멍이 정말로 있다는 걸 이제 와서 확인한다 해도 상황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 정부는 올 여름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은 미국, 스위스를 비롯한 나라들과 함께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제공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시료를 분석하고 있다. IAEA는 각국이 내놓을 시료 분석 결과와 자체 분석 결과를 종합해 하반기 중으로 최종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임 사무처장은 “IAEA 최종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일본이 기습적으로 오염수를 방류하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