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위성 타이탄에 착륙한 비행 탐사선 드래건플라이(Dragonfly) 상상도. 오는 2027년 발사돼 2034년 타이탄에 도착할 예정이다./NASA/Johns Hopkins APL/Steve Gribben

지난 2021년 4월 19일 오후 4시 30분(한국 시각)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초소형 무인(無人) 헬리콥터인 ‘인저뉴어티(Ingenuity·독창성)’가 화성에서 30초 동안 하늘을 날았다. 지구가 아닌 곳에서 처음으로 인류가 만든 동력 비행체가 하늘을 나는 기록을 세웠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또 다른 무인 비행체가 우주탐사를 준비하고 있다.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 갈 ‘드래건플라이(Dragonfly·잠자리)’이다. 나사는 드래건플라이가 지구 밖으로 가는 첫 비행 탐사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토성 위성 타이탄에서 생명체 흔적을 찾을 비행 탐사선 드래건플라이(Dragonfly) 상상도./NASA

◇기본설계검토 통과, 연말 개발비 확정

드래건플라이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가 개발 중인 비행 로버(rover, 이동형 로봇)이다. 지름 1m의 수평 날개 8개로 비행한다. 나사는 오는 2027년 드래건플라이를 발사해 2034년 타이탄에 착륙시킨다는 계획이다. 드래건플라이는 나사의 태양계 탐사 프로그램인 뉴프런티어의 4번째 우주선이다. 앞서 명왕성 탐사선인 뉴허라이즌(New Horizons), 목성 탐사선 주노(Juno), 화성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Curiosity)가 뉴프런티어 프로그램으로 성공한 바 있다.

드래건플라이 개발진은 지난달 나사의 기본설계검토를 통과했다. 기본설계검토는 우주선의 설계와 임무 요구사항, 과학 연구 계획, 일정, 비용과 위험요인을 모두 평가한다. 나사는 올 하반기에 드래건플라이의 개발비와 일정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존스홉킨스 응용물리연구소는 나사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록히드 마틴 등과 함께 다음 단계로 드래건플라이를 타이탄 대기 환경을 모방한 대규모 시설에서 시험할 계획이다.

나사는 드래건플라이가 행성 탐사의 게임체인저(game changer, 판도를 바꿀 우주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행성 탐사는 바퀴 달린 로버가 지표면을 이동하며 카메라로 촬영하고 토양 시료를 채취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형이 거칠면 이동이 힘들어 임무 지역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드래건플라이는 한 지점을 탐사하고 날아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어 그런 문제가 없다.

미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의 과학자들이 토성의 위성 타이탄을 탐사할 비행 우주선 드래건플라이를 제작하고 있는 모습./Johns Hopkins APL/Ed Whitman

특히 화성의 인저뉴어티가 카메라만 달고 있는 보조 비행체라면, 드래건플라이는 그 자체가 탐사선이다. 드래건플라이는 낙하산을 타고 타이탄에 착륙한 뒤, 타이탄의 지표면을 탐사한다. 드릴로 땅을 파서 토양 시료를 채취하고, 탑재 장비로 성분 분석도 수행한다. 화성 탐사 로버인 큐리오시티에 탑재된 장비와 같다.

◇타이탄 토양 분석해 생명체 흔적 추적

그동안 화성 탐사에서 바퀴로 가는 로버만 있고 비행체가 없었던 것은 공기가 지구와 판이하기 때문이다. 헬기는 날개 주변으로 공기가 빠르게 흘러가야 공중으로 기체를 띄우는 양력이 발생한다. 하지만 화성 대기는 지구의 1%에 불과해 그런 힘을 만들지 못한다.

인저뉴어티는 날개 회전 속도를 높여 희박한 공기의 한계를 극복했다. 날개 두 개를 반대 방향으로 1분에 2500번씩 회전하는데, 이는 지구의 헬리콥터보다 5~6배나 빠른 속도이다. 또 지구에서는 공기가 날개가 튀지 않게 눌러준다. 화성에는 그런 공기가 없어 탄소복합재로 지구보다 좀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타이탄은 대기밀도가 지구의 4배나 돼 비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 대기 전반에 질소와 메탄이 퍼져 있다. 중력은 지구의 8분의 1에 불과해 비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나사가 타이탄 탐사에 비행 로버를 투입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가 토성 위성 타이탄 탐사를 위해 개발한 드래건플라이가 2018년 8월 16일 시험 비행을 하는 모습./NASA

드래건플라이는 타이탄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생명체의 흔적을 찾을 계획이다. 타이탄은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몇 안되는 천체 중 하나이다. 타이탄에는 생명체의 필수 조건인 물이 있다. 미국 코넬대 연구진은 토성 탐사선 카시니가 보내온 영상을 분석해 타이탄에서 수심이 최소 300m에 이르는 깊은 바다를 발견했다.

타이탄의 바다는 지구보다 규모가 크다. 지구 전체 바닷물을 공으로 따지면 반지름이 690㎞인데, 타이탄은 1890㎞나 된다. 표면 얼음층 50㎞ 아래에 지구의 사해(死海)처럼 염분이 강한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타이탄의 대기는 원시 지구와 비슷하다고 본다. 드래건플라이가 타이탄의 토양 시료를 분석하면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는 조건인지 알 수 있다. 타이탄이 과거 지구에서 생명체가 탄생하던 초기 단계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인저뉴어티는 50번째 비행 성공

한편 화성의 인저뉴어티는 지난 13일 50번째 비행 기록을 세웠다. 나사는 이날 인저뉴어티가 145.7초 동안 322.2m를 비행했다고 밝혔다. 화성의 헬기는 이날 18m까지 올라가 비행 고도 기록도 경신했다.

화성 탐사 헬기인 인저뉴어티가 2021년 4월 19일 첫 비행 이후 2년만인 지난 13일 50회 비행기록을 세웠다. 그동안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모은 영상이다./NASA/JPL-Caltech/ASU/MSSS

나사 행성 과학 책임자인 로리 글레이즈(Lori Glaze) 박사는 “1903년 라이트형제가 노스캐롤라이나주 키티 호크에서 인류 최초의 동력비행에 성공하고 비행 시험을 계속 한 것처럼, 인저뉴어티 팀도 지구 밖에서 첫 항공기 운항을 통해 계속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