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우주국(ESA)은 14일 오전 9시 14분(한국시간 오후 9시 14분) 프랑스령 기아나 북부의 쿠루 우주센터에서 목성 얼음 위성 탐사선인 ‘주스( JUICE)’가 아리안5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됐다고 밝혔다./ESA

제우스(목성)와 연인들(위성)의 밀당이 정말 생명체를 탄생시켰을까. 목성의 위성들에서 생명체의 가능성을 추적할 탐사선이 성공적으로 발사돼 목표까지 8년 여정에 들어갔다. 목성에 도착한 후 3년 반 동안 임무 기간까지 합치면 11년 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유럽우주국(ESA)은 14일 오전 9시 14분(한국시간 오후 9시 14분) 프랑스령 기아나 북부의 쿠루 우주센터에서 목성 탐사선인 ‘주스(JUICE)’가 아리안5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됐다고 밝혔다. 주스 발사는 당초 전날 오전으로 예정됐으나, 발사장 인근의 낙뢰 우려로 하루 미뤄졌다.

유럽우주국(ESA)은 14일 오전 9시 14분(한국시간 오후 9시 14분) 프랑스령 기아나 북부의 쿠루 우주센터에서 목성 탐사선인 ‘주스(JUICE)’가 아리안5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됐다고 밝혔다./ESA

◇2031년부터 얼음 위성들 집중 탐사

주스는 발사 27분 뒤 계획대로 1천500㎞ 상공에서 로켓에서 분리됐다. 스테판 이스라엘 아리안스페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발사가 성공적이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요세프 아슈바허 ESA 사무총장은 “16억유로(2조2994억원)가 들어간 임무가 무사히 진행되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목성까지 갈 길이 멀지만 목표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딛었다”고 말했다.

주스는 ‘목성 얼음 위성 탐사선(Jupiter Icy Moons Explorer)’이란 뜻의 영어 단어 앞 글자를 딴 말이다. 앞으로 8년 동안 목성까지 약 60억㎞를 날아갈 예정이다. 주스는 목성으로 직행하지 않고 금성을 한 차례, 지구는 세 차례 선회하면서 이른바 스윙바이(swing by·중력 도움) 방식으로 비행한다.

중력 도움은 마치 태양계의 여러 행성을 징검다리처럼 이용하는 것이다. 주스는 금성과 지구에 근접하면 추력기를 끄고 중력이 당기는 대로 끌려간다. 그러다가 방향을 틀 때만 추력기를 작동하는 방식으로 연료를 절약하며 비행할 수 있다.

목성 얼음 위성 탐사선(JUICE·주스)가 목성과 주위 3개 위성을 탐사하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ESA

주스는 2031년 7월 목성 궤도에 도착해 3년 반 동안 임무를 수행한다. 주스는 목성 궤도를 돌며 가니메데와 칼리스토, 유로파 등에 35차례 걸쳐 근접비행하며 원격 탐사를 진행한다. 임무 마지막 단계인 2034년 12월부터는 약 1년간 가니메데 위성 궤도만 돌며 집중 탐사에 나선다.

가니메데는 태양계에서 가장 큰 위성으로 명왕성이나 수성보다도 크며, 태양계 위성 중에서는 유일하게 지구와 비슷한 자기장도 갖고 있다. 이는 철로 된 핵과 암석 맨틀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유로파는 태양계에서 생명체 가능성 가장 높아

목성의 위성은 올 2월 12개가 무더기로 추가되면서 총 95가 됐다. 83개 위성을 가진 토성을 제치고 태양계에서 가장 많은 위성을 거느린 행성이 됐다. 이 때문에 목성은 ‘작은 태양계’로도 불린다.

가장 큰 위성들은 4개의 갈릴레이 위성들이다. 1610년 이탈리아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목성 주변에서 발견한 이오와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이다. 목성의 영어명 주피터는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를 의미한다. 목성의 4대 위성은 제우스의 연인들 이름을 땄다.

목성 위성 가니메데의 내부 상상도. 가니메데는 태양계 위성 중에서는 유일하게 지구와 비슷한 자기장도 갖고 있다. 이는 철로 된 핵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ESA

주스가 목성의 얼음 위성을 탐사하는 것은 생명체가 있을 조건을 갖춘 곳들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태양계에서 목성 위성인 유로파와 토성 위성인 엔켈라두스에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본다. 지구에서 생명체가 탄생한 심해저(深海底)와 흡사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 해양학자들은 심해저 화산지대에서 뜨거운 물이 분출되는 열수분출구(熱水噴出口)를 발견했다. 햇빛도 들지 않는 곳이지만 그곳에는 다양한 생명체가 살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지구 초기에 이런 곳에서 생명체가 탄생했을 것으로 본다.

유로파와 엔켈라두스는 각각 목성과 토성이 당기는 힘 때문에 내부에 상당한 마찰열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지하에는 심해열수구와 같은 바다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유로파의 표면을 덮고 있는 10~30㎞ 두께 얼음층 아래에 깊이가 100㎞나 되는 거대한 바다가 지구보다 두 배 많은 물을 간직하고 있다고 본다. 그 안에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2012년과 2016년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유로파 남극 근처에서 높이 160~200㎞의 물기둥이 솟구치는 장면을 포착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목성의 위성 유로파 이미지. 7시 방향에 보이는 부분이 최대 높이 200㎞ 거대 물기둥이다. 2014년 1월 유로파가 목성 앞을 지날 때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촬영한 유로파 표면의 실루엣 사진에 과거 갈릴레이 탐사선이 찍은 유로파 사진을 합성했다./NA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