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위치한 화난 수산시장이 2020년 1월 12일 코로나19 확산으로 문을 닫았다. /연합뉴스

일부 국제 연구진들이 중국이 지난 1월 공개한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COVID)가 너구리를 통해 확산됐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이 코로나19와 야생동물 사이의 연관성을 밝힐 연구를 숨겼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17일(현지 시각) “WHO가 코로나19의 기원을 야생동물과 연관시킬 수 있는 연구를 보류한 중국 연구자들을 질책하며 3년 전에는 관련 데이터가 왜 공유되지 않았는지, 지금은 왜 사라졌는지 물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우한의 화난 수산시장의 벽과 바닥, 동물 우리 등에서 채취한 유전자의 데이터를 3년이 지난 1월에서야 국제 인플루엔자 정보공유기구(GISAID)에 공개했다. 해당 데이터는 플로랑스 드바레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원이 우연히 발견해 국제 과학자 그룹과 공유하며 재분석을 거치게 됐다.

미국 스크립스 리서치 연구소와 애리조나대, 호주 시드니대 등으로 꾸려진 국제 연구진은 해당 데이터에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너구리의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불법적으로 거래된 너구리가 우한의 시장에서 인간을 감염시켰을 때 코로나19 전염병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너구리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숙주였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코로나19의 기원을 연구하는 WHO 자문 그룹(SAGO)에 분석 결과를 전달했다.

그러나 국제 연구진이 중국에게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자고 제안한 뒤 데이터베이스에서 해당 유전자 데이터가 사라져 논란이 일었다. 이를 두고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 데이터는 중국이 3년 전에 공유할 수 있었고 공유했어야 했다”며 “사라진 데이터는 국제사회와 즉시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사라 코비 미국 시카고대 생태진화학과 교수는 “국제 연구진의 이번 분석 결과는 우한 시장에서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야생동물이 아닌 인간에서 시작됐다는 중국의 주장과 충돌한다”며 “인간에 의한 감염이라면 유전자 데이터에 너구리와 같은 동물의 DNA가 섞여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 연구자들은 “너구리가 코로나19에 감염되었는지, 너구리가 인간에게 코로나19를 옮겼는지 증명하지는 못한다”며 “완전한 보고서를 보지 않고는 연구를 평가하기 어렵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제레미 카밀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보건과학센터 교수는 “너구리가 코로나19의 기원인지는 증명하지 못하지만 너구리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은 확실한 것 같다”며 “중국 정부가 정말 무엇을 알고 있는지에 대해 더 많은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유전자 시료를 어떻게 수집했는지, 시료에 무엇이 포함되어 있는지, 왜 공개된 데이터가 사라졌는지 등 수많은 의문이 남아있는 점도 판단 보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임페리얼 미국 미시간대 미생물학 및 면역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너구리의 유전 물질이 동시에 축적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테오도라 하치오누 미국 록펠러대 레트로바이러스학 연구실 소속 연구교수는 “시장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원시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