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쿠로시오 해류의 변동성을 분석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쿠로시오 해류는 필리핀 동쪽 바다에서 일본 열도 남쪽을 따라 북동쪽으로 흐르는 해류로 대서양의 멕시코만류 다음으로 규모가 큰 난류다. 일본이 방류할 예정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로부터 한반도 주변 해역을 지켜주는 방어막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최근 들어 쿠로시오 해류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는 작업에 정부가 착수한 것이다.

16일 과학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최근 쿠로시오 해류로 인한 한반도 해양위기 대응기술 개발사업에 착수했다. 올해 4월부터 2027년 말까지 5년여에 걸쳐 45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연구개발 사업이다. 해수부는 국립수산과학원, 국립해양조사원 등 다른 정부부처와도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조양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나타낸 그래프. 위쪽은 수심 200~300m, 아래쪽은 수심 300~500m에서 세슘이 어떻게 퍼지는지 보여주고 있다. 얕은 바다에서 세슘이 북쪽, 북서쪽으로만 퍼졌던 것과 달리 수심이 깊은 곳에서는 세슘이 남쪽을 향해 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조선DB

해수부는 “우리 해역에 영향이 크고 최근 변동성이 강해지고 있는 쿠로시오 해류로 인한 영향을 분석하고 예측 및 위기대응 시나리오 구축을 위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면서 쿠로시오 해류에 대한 분석에 나선 건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배출의 영향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올해 여름 해양에 방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우리 해역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필리핀 해역에서 시작돼 일본 연안을 따라 북쪽으로 흐르는 쿠로시오 해류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로부터 우리 해역을 지켜주는 자연적인 방어막으로 여겨진다. 북으로 흐르는 쿠로시오 해류 덕분에 후쿠시마 앞바다의 방사능 오염수가 우리 해역으로 올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쿠로시오 해류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관측과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해수부도 “동아시아-쿠로시오 해류의 수온 상승률이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히게 높고 이로 인한 어획 자원이나 해양 환경 변화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용선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순환기후연구부장은 “최근 들어 쿠로시오 해류의 세기가 약해졌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며 “동아시아 일대 수온이 오르면서 해류의 세기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쿠로시오 해류 본류의 세기가 약해지면 쿠로시오 해류로부터 우리 해역으로 향하는 황해 난류나 동한 난류는 오히려 세지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쿠로시오 해류의 변동성이 우리 해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구체적인 연구 결과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쿠로시오 해류의 변동으로 만에 하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가 우리 해역에 흘러들어올 가능성이 있는지 지금으로서는 예측이 힘든 셈이다.

김용선 부장은 “쿠로시오 해류를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까지 살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우리 해역에 어떤 영향을 줄 지에 대한 정확한 연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쿠로시오 해류에 대한 구체적인 영향을 분석하는 한편, 한반도 연안 해양의 방사능에 대한 종합관측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