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환자에서 추출한 코로나바이러스. 뉴욕의 시궁쥐도 인간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NIAID

도시에 사는 시궁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직 시궁쥐가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린 사례는 없지만, 자칫 독성 변이 바이러스가 진화하는 중간 숙주가 될 수도 있어 지속적인 추적 감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미국 미주리대의 헨리 완 교수 연구진은 10일 미국 미생물학회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엠바이오(mBio)’에 “뉴욕에서 채집한 시궁쥐 중 약 17%가 당시 사람 사이에 퍼져 있던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에 감염됐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시궁쥐 감염 바이러스는 당시 유행하던 계통

이미 여러 동물이 인간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집에서 키우는 개와 고양이, 햄스터 같은 반려동물에서 동물원의 사자·호랑이·고릴라·하마, 농장의 밍크, 야생 사슴, 개미핥기까지 다양한 동물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연구진은 대도시에 널리 서식하는 시궁쥐도 감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시궁쥐는 뉴욕에만 800만 마리가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유럽의 벨기에와 아시아의 홍콩에서 시궁쥐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연구 결과가 각각 2021년과 2022년에 나왔다.

미 농무부 동식물검염소(APHIS)는 2021년 9~11월 뉴욕시에서 시궁쥐 79마리를 잡았다. 대부분 브루클린 지역 공원에 놓은 덫에 걸렸고, 일부가 대형 빌딩과 인접한 공원 언저리에서 잡혔다. 분석 결과 그중 16.5%인 13마리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전에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던 것이다.

두 마리는 혈액검사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유전물질까지 확인됐다. 지금도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는 의미다. 시궁쥐에 감염된 바이러스는 당시 뉴욕에 퍼졌던 계통과 같은 것으로 밝혀져 인간을 통해 시궁쥐에 넘어갔다고 추정됐다.

뉴욕에서 찍힌 시궁쥐. 뉴욕에는 시궁쥐 800만 마리나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시궁쥐 군집에서 퍼지면 자칫 전염성이 강한 변이가 진화할 가능성도 있다./Flickr.

◇오미크론 등 각종 변이 바이러스에도 감염돼

연구진은 시궁쥐에게 영국 발(發) 알파와 인도발 델타, 남아프리카공화국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를 각각 주입했다. 시궁쥐는 모든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미주리대 인플루엔자·신종감염병센터장이기도 한 헨리 완 교수는 “앞서 시궁쥐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지만, 변이 바이러스에게도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시궁쥐가 인간에게 코로나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2차 숙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간과 쥐가 가까이 산다는 점에서 자칫 쥐에서 전염성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진화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아직 코로나에 걸린 동물이 인간에게 다시 바이러스를 옮긴 사례는 아주 드물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인간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데 동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mBio, DOI: https://doi.org/10.1128/mbio.03621-22

Emerging Infectious Diseases, DOI: https://doi.org/10.3201/eid2802.211586

Transboundary and Emerging Diseases, DOI: https://doi.org/10.1111/tbed.14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