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과학연구원(표준연) 연구진들이 광전자분광기를 이용해 전극 보호막 내 산소 결함 양을 측정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안순 표준연 소재융합측정연구소 첨단오페란도분석팀 책임연구원, 홍성웅 박사 후 연구원, 최승욱 박사과정생. /표준연 제공

국내 연구진이 햇빛으로 생산한 전기로 지속적으로 수소를 만드는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좀더 발전시키면 친환경적인 생산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 ‘그린 수소’ 시대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안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8일 태양광으로 물을 전기 분해하는 과정에서 수소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극 보호막의 산소 결함 양을 제어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현재 산업에서 주로 사용되는 수소는 화석연료를 태워 만든다. 일명 ‘그레이 수소’로 불린다. 그린 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없어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햇빛을 흡수할 수 있는 ‘태양광 전극’을 물에 넣어 물을 분해하는 방식은 가장 대표적인 그린 수소 생산 기술로 꼽힌다. 하지만 이 방식은 태양광과 물에 의해 전극이 쉽게 부식된다는 게 한계였다. 부식을 막기 위해 전극에 보호막을 씌우면 전기 전도율이 떨어져 수소 생산 효율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린 수소 상용화가 어려웠던 이유다.

연구진은 전극 부식을 막을 만큼 내구성이 좋으면서 전기 전도율까지 높은 보호막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태양광 전극 보호막은 주로 이산화티타늄과 같은 산화물로 만드는데 그 과정에서 ‘산소 결함’을 고의로 일정 수준 이상 발생시키면 전기 전도율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론상으로만 가능했던 이러한 설계를 실현했다. 전극 보호막을 만들면서 산소 결함 양을 제어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이렇게 만든 전극 보호막을 태양광 전극에 씌우자 100시간을 써도 성능이 85% 이상 유지됐다. 보호막을 씌우지 않은 광전극은 사용한 지 1시간 만에 수소 생산 효율이 20% 밑으로 떨어졌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그린 수소 생산 이외에 다른 청정 에너지 생산 기술에도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을 써서 이산화탄소를 화학에너지원으로 바꾸는 인공 광합성 기술이 대표적이다.

김 연구원은 “이번 성과를 적용하면 기존 방식 대비 태양광 전극의 수명을 약 10배 향상할 수 있다”며 “그린 수소 실용화를 앞당길 핵심기술”이라고 말했다. 표준연은 후속 연구를 통해 태양광 전극 수명을 최대로 늘리기 위한 산소 결함 양을 파악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인 ‘저널 오브 머티리얼즈 케미스트리 에이’에 지난달 28일 게재됐다.

참고자료

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 DOI: https://doi.org/10.1039/D2TA07082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