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젠쿠이 전 중국 남방과학기술대 교수. /조선DB

전 세계 과학자들이 모여 유전자 교정 기술의 미래를 논의하는 대규모 국제 행사가 열린다. 5년전 전 세계를 들끓게 했던 유전자 교정 아기 문제를 비롯해 관련 연구에 대한 규제와 경제성, 불평등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영국 왕립학회에 따르면 인간 유전자 교정 연구에 관한 제3차 국제회의가 이달 6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프랜시스크릭연구소에서 개최된다. 유전자 교정 국제회의는 2015년 미국 워싱턴DC, 2018년 홍콩에 이어 5년 만에 열리는 것이다.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는 특정 DNA를 찾아가는 ‘가이드 RNA’와 DNA를 자르는 ‘캐스9(Cas9)’라는 효소 단백질로 구성된 대표적인 유전자 교정 기술이다. 이 기술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DNA를 교정해 질병을 치료하거나, 농작물의 유전자를 교정해 작물 재배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사용되고 있다.

유전자 교정 기술은 과학계가 주목하는 기술이지만, 여전히 윤리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특히 허젠쿠이 전 중국 남방과학기술대 교수가 2018년 11월 유전자 교정한 아기를 출산시키면서 유전자 교정 연구에 대한 윤리성 문제가 대두됐다. 당시 허 전 교수는 중국 당국의 허가 없이 인간 배아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교정하는 실험을 단행했다.

배아에 대한 선천적인 유전자 교정은 출생 후 인간에게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문제를 갖는다. 허 전 교수는 중국 의료실험법을 위반한 혐의로 징역 3년 형을 선고받았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허 전 교수의 배아 유전자 교정 실험에 대해 “아기 유전자의 다른 곳에서 의도치 않은 변화를 일으키면, 암이나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이 실험은 유효하지 않거나 무책임하다”고 밝혔다.

유전자 편집 관련 이미지. /PNAS

과학계는 허 전 교수의 인간 배아 실험처럼 연구윤리에서 벗어난 유전자 교정을 우려하고 있다. 로빈 러벨배지 프랜시스크릭연구소 수석 그룹 리더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유전자 교정은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기술이고, 인간 배아에 사용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널리 퍼진 과학적 합의”라고 밝혔다.

유전자 교정 연구를 규제하기 위한 거버넌스로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전문가 자문위원회와 인간 유전자 교정의 임상적 사용에 관한 국제위원회가 있다. 하지만 실험의 투명한 공개와 환자의 동의를 문서화 하는 원론적인 규정을 동의하는 것에 그쳐 지속적인 규제를 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인간 배아로 유전자 교정을 실험한 허 전 교수가 출소 후 근이영양증의 유전자 치료법 개발을 위해 민간 투자자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렸는데, 기존의 기관을 벗어난 과학적 관행을 추적하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윤리에서 벗어난 부적절한 유전자 교정 연구를 감시할만한 제도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조이 장 영국 켄트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존 과학 기관을 벗어난 관행이 많아지면서 부적절한 연구를 추적하기 어렵게 됐다”며 “연구 참가자들에게 유전자 교정의 잠재적인 위험을 알리고, 윤리검토위원회가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 설명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국제회의에서는 유전자 교정 기술의 접근성도 논의될 예정이다. 기존 유전자 치료법의 가격이 치솟고 있는 만큼, 유전자 교정을 활용한 치료법도 감당할 수 없을 수준으로 비쌀 것이라는 우려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11월 혈우병의 치료용 유전자 요법을 350만 달러(약 45억5350만원)에 승인했다.

과학계는 값비싼 유전자 교정 기술로 저소득층이나 개발도상국에 대한 불평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서방국가를 제외한 혈통의 염기서열 정보가 부족해 유전자 교정 기술이 특정 인종에만 적용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갖는다.

키란 무수누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는 네이처에 “개발 초기 경제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유전자 교정 기술과 관련해) 불평등에 대한 엄청난 잠재력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Nature,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3-00625-w

Science, DOI: 10.1126/science.aay9569

PNAS, DOI: https://doi.org/10.1073/pnas.211854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