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뉴스페이스 시대 우주경제 개척자와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우주항공청 신설을 위한 기본 골격에 해당하는 특별법 제정안이 공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일 우주항공청의 역할과 조직, 보수체계에 대한 내용을 담은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부는 입법예고 기간인 다음 달 17일까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고, 법안을 확정한 뒤 연내에 우주항공청을 개청할 계획이다.

최원호 과기정통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은 앞서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의 한 사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주항공청 특별법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최 단장은 우주항공청에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고,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유연한 조직으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외국인과 복수국적자도 선발될 수 있고 공무원들에게 적용됐던 주식백지신탁 의무에서도 제외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제정안은 조직 운영이나 기존 연구기관과의 역할 분배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이나 설명이 담겨 있지 않아 의문점을 던지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우주항공 분야 정책, 연구개발, 산업육성을 총괄하게 되는데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나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과 역할이 겹칠 수 있다.

민간 전문가를 원활하게 임용하기 위해 중요한 조건으로 꼽혔던 보수체계도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추진단이 가장 많이 참고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최고 연봉이 2억~3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급여가 어느 정도 수준일 것이라는 답변은 못했다.

특별법 제정안을 살펴본 일부 전문가들은 우주항공청 설립 근거와 철학은 빠진 채 인재 유입과 행정조직 혁신에만 초점을 맞췄고 이 역시 목적이 불분명한채 틀 갖추기에 급급한 형태를 띠고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연내 개청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특별법은 우주항공청에 대한 최소한의 틀만 제시했고 대부분 논쟁거리라는 점에서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다음은 최 단장과의 질의응답 주요 내용.

그래픽=손민균

-외국인과 복수국적자도 임용될 수 있다. 보안 문제에 대한 대책은 마련됐나.

“우주항공청의 모든 자리에 외국인을 자유롭게 채용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외국인을 꼭 채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자리가 있다면 뽑겠다는 의미다. 설령 보안과 관계되는 점이 있다고 하면 면밀한 심사로 보안에 대한 장치들을 마련해 임용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시행령에 담을 계획이다.”

-우주항공청에만 특례를 적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법안에 명시된 예외사항들은 대부분 우주항공청에서 임용하고자 하는 전문가들에게 해당된다. 우수한 전문가를 우주항공청으로 유입시키기 위해 상응하는 대우를 하는 것이다. 유입에 걸림돌이 될 만한 경직된 제도들을 풀기 위해 특례들이 마련됐다.”

-우주항공청이 연구개발을 총괄한다. 항우연이나 천문연 같은 기존 체제의 변화는 있나.

“우주항공청은 과기정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로 분산돼 있던 우주항공 분야 기능들을 통합하는 게 기존 체제와의 다른 점이다. 또 정책부터 연구 기획, 연구개발을 직접 수행할 수 있다. 항우연과 천문연 등 관계 기관들이 있는데, 관계나 역할 등을 하위 법령을 마련하면서 정할 예정이다.”

-우주항공청 소관 사무에 포함되는 ‘우주 위험물체 감시’는 엄밀히 따지면 천문연의 업무인데, 겹치지 않나.

“이 업무는 과기정통부의 업무를 천문연에 위탁해서 수행하는 형식이었다. 이걸 우주항공청으로 옮기겠다는 의미다. 물론 현재와 같은 형태로 업무가 이어질지, 조금의 변화가 있을지는 모른다. 업무가 겹친다기보다 과기정통부가 총괄했던 사항들을 우주항공청으로 옮기는 형태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인 항우연과 천문연의 소속은 어떻게 되는 건가.

“소속이 어떻게 될지는 이제 정해야 할 사안이다. 일단 우주항공 관련 업무는 다 우주항공청의 소관이라는 내용이다. 아직 법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부칙을 마련하면서 우주항공청 산하에 직할 연구기관으로 둘지, 출연연으로 업무 협약을 할지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NST에서 빠지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다. 다만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원론적으로 그럴 수 있다는 의미다.”

-해외 전문가 유입을 위해선 예산이 많이 필요할 텐데, 예산은 어떻게 확보할 예정인가.

“인건비 관련해선 해외 기관들의 보수체계를 참조했다. NASA는 얼마를 받는지, 기업에서는 해외에서 유치한 전문가에게 얼마를 주는지를 살폈다. 일단 우주항공청장은 예산 범위 내에서 보수를 책정하도록 명시돼 있다. 전년도에 예산을 책정할 때 고려됐던 보수체계 평균이 우주항공청에 투입될 거고, 이후엔 운영하면서 적정한 보수를 맞출 계획이다.”

-급여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NASA나 민간기업 중 비교할만한 곳은 있나.

“아직 정해놓은 게 없다. 다만 기존 공무원보다는 많겠다는 원칙으로, 상한을 없앤 것이다. 구체적인 보수의 기준은 하위 법령에 마련할 계획이다. 아직은 구체적으로 얼마 수준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기본 원칙은 유연하게 필요한 만큼, 전문가에 따라 필요한 만큼 줄 수 있도록 자유도를 주고자 한다.”

-민간 전문가들에게 다양한 혜택들이 주어지는데,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별도의 제어 장치는 있나.

“이해충돌이나 권한의 잘못된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법령에 제도를 따로 마련해야 한다. 또 민간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임기제공무원이기 때문에 기존 공무원법이나 공무원윤리법과 같은 다른 법은 모두 준수해야 한다. 다만 특례로 발생할 수 있는 미비한 것들은 하위 법령에 마련할 계획이다.”

-연내 우주항공청 개청인데, 부지 선정이나 예산은 작업이 어느 정도 됐는지.

“부지는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 경남 사천시가 아니라는 말은 아니고, 입지를 정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부지는 법안이 통과된 뒤에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을 하고 있다. 다만 지자체에서는 후보 부지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후보지들을 보고 결정할 계획이다.”

-개청 시한을 연내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주항공 관련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민간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도 빨리 ‘뉴스페이스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 지체하면 지체할수록 세계 경제에서 뒤쳐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