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중에 떠다니는 방사선에 강하면서도 기존 제품보다 에너지 효율이 약 3만배 높은 반도체 메모리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윤준보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강민호 나노종합기술원 박사후연구원과 협업해 우주 부품 수준의 내방사선을 가진 나노 전자 기계식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반도체 메모리 소자들은 동작 원리상 근본적으로 방사선에 취약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회로를 일부러 복잡하게 설계할 경우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겼다. 때문에 방사선에 잘 버티면서도 에너지 효율을 높게 유지하는 건 반도체 메모리 분야의 주요 도전 과제였다.
윤 교수 연구팀은 방사선에 원천적으로 강인한 특성을 가진 ‘나노 전자 기계 기술’을 활용해 고에너지 방사선에도 버텨낼 수 있는 반도체 메모리를 개발했다. 이 반도체 메모리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것에 더해 전원 공급 없이도 정보를 계속 저장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연구팀은 머리카락 굵기 10만 분의 1 수준인 나노 크기의 기계 부품들로 반도체 메모리를 만들었다. 반도체 메모리에 전기 신호를 가하면 나노 기계가 움직이며 하부 전극에 붙고 떨어지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를 통해 프로그래밍에 필요한 에너지 수준을 크게 줄였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반도체 메모리가 프로그래밍을 수행할 때 쓰는 에너지는 기존 제품의 3만 분의 1 정도다.
이번 연구 성과가 담긴 논문의 제1 저자인 이용복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연구원(박사과정)은 “이 기술은 우주 환경에서의 인공지능, 초안정성 자율주행 시스템 등 내방사선과 높은 에너지 효율성이 필요한 다양한 미래 응용 분야에서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논문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지난달 게재됐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3-3607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