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보다 다섯 배 강하고 불에 타지도 않지만, 전기 전도성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차세대 섬유가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김대윤 복합소재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아라미드 섬유에 탄소나노튜브를 적용한 복합섬유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아라미드 섬유는 무게가 강철의 20% 수준이지만, 강도는 5배 이상 강하고 불타지 않는 황금색 섬유다. 국내에서는 고(故) 윤한식 박사가 1984년 국산화에 성공해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아라미드 섬유는 주로 방탄복과 방화복, 광케이블 보강재, 고성능 타이어, 항공우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수적인 소재로 쓰이고 있다.
연구팀은 누에고치에서 영감을 얻어 아라미드 섬유와 탄소나노튜브를 결합했다. 아라미드 섬유와 탄소나노튜브는 열에 녹지 않고 용매로 분산되지 않아 혼합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는 데 누에고치에서 보인 액정상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누에고치는 고농도 단백질로 강도가 높은 섬유를 만드는데, 이때 액체와 고체 상태의 중간 상태인 액정상 단백질을 방사해 실을 만든다. 이는 액정상은 유동성과 규칙성을 모두 보여 가능한 것이다.
연구팀은 아라미드와 탄소나노튜브를 초강산과 적정 비율로 섞어 액정상 상태인 혼합용액을 만들었다. 이후 누에고치처럼 액정상을 방사해 탄소나노튜브와 혼합된 아라미드 섬유를 구현했다. 기존 아라미드 섬유는 황금색이지만, 이번에 개발된 아라미드 섬유는 탄소나노튜브와 섞여 검은색을 띤다.
탄소나노튜브가 혼합된 아라미드 섬유는 높은 비강도와 구리 전선의 90% 수준에 이르는 비전기전도도를 보였다. 또 전기 전도성을 가지고 있지만, 금속을 사용하지 않아 유연하고 부식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번에 개발된 아라미드 섬유는 스마트 군대와 의료용 로봇, 친환경 모빌리티와 같은 분야에서 차세대 전선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김대윤 선임연구원은 “아라미드 섬유 개발에서 후발주자였기 때문에 시장에 먼저 진출한 미국 듀폰사와 오랜 기간 특허분쟁을 겪었다”며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슈퍼섬유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원천기술”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IST ‘K-Lab 프로그램’과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섬유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파이버 머터리얼즈(Advanced Fiber Materials)’에 이달 13일 게재됐다.
[참고 자료]
Advanced Fiber Materials, DOI: https://doi.org/10.1007/s42765-022-0024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