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생명공학 기업 리빙 카본(Living Carbon)은 유전자 조작으로 광합성 효율을 높인 포플러 나무(왼쪽)를 개발했다. 유전자 조작된 포플러는 일반 포플러(오른쪽) 대비 50% 이상 성장이 빠르다./리빙 카본

미국에서 유전자를 변형한 나무를 자연 환경에 심은 첫 사례가 나왔다. 유전자를 변형한 나무는 성장 속도가 빠르고 탄소 흡수량이 많아 기후 위기의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 검증이 부족하고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6일(현지 시각) “미국 생명공학 회사 리빙 카본(Living Carbon)이 미국 조지아주 남부 소나무 숲에 유전자 변형된 포플러 나무 5000그루를 심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유전자 변형 나무를 연구실이나 상업용 과수원에 심은 사례는 있지만 숲에 심은 것은 처음이다.

2019년 설립된 리빙 카본은 기후 변화에 대한 솔루션으로 광합성 효율을 높인 유전자 변형 식물을 만든다. 리빙 카본은 홈페이지에서 “유전자 변형 나무는 일반 나무보다 53% 정도 더 빨리 자라며 그만큼 성장 과정에서 더 많은 탄소를 포집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심은 포플러 나무는 외부 유전자를 나무의 염색체에 분사하는 ‘유전자 총’ 방법을 사용해 변형했다. 유전자 총은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금속 공에 외부 유전자 조각을 붙여 세포에 주입하는 기술이다. 유전자가 있는 세포핵뿐 아니라 미토콘드리아, 색소체 등의 세포 소기관도 변형할 수 있다.

리빙 카본은 식물의 유전자를 변형하는 실험 방법을 지난해 3월 논문 사전출판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공개했다. 리빙 카본 연구진은 “유전자 변형된 포플러 나무는 광합성 효율이 높다”며 “탄소 흡수량이 많고 일반 포플러 대비 50% 이상 빨리 자랐다”고 밝혔다.

도널드 오트 미국 일리노이대 통합생물학과 교수는 이를 두고 “이번 시도가 고무적”이라고 표현했다. 오트 교수는 2019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유전자 변형 기술로 호박과 녹조류의 유전자를 담배 식물에 추가해 광합성 효율을 높였다”고 발표했다.

리빙 카본을 설립한 패트릭 멜러 최고기술경영자(CTO)와 매디 홀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도 유전자 조작 나무를 심을 예정이라 밝혔다./리빙 카본

개인 숲을 리빙 카본에 제공한 빈스 스탠리 씨는 “나무를 빨리 키워 돈을 벌 수 있기를 바란다”며 “50~60년 걸리는 목재 수확 기간이 반으로 줄어 윈윈이다”고 밝혔다.

리빙 카본은 저렴한 비용을 받고 유전자 변형 나무를 심겠다는 계획이다. 나무가 흡수하는 탄소만큼 온실 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탄소 배출권’을 다른 기업에 판매해 수익을 내겠다는 목표다. 이 수익 모델로 설립 초기에는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투자를 받았고 지난 4년 동안 3600만 달러(약 468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자연에 유전자 변형 나무를 심은 것은 처음은 아니다. 중국에서는 유전자 변형 나무를 심는 사례가 이미 자리잡았고 브라질도 유전자 변형 나무의 식목을 허용한 사례가 있다.

유전자 변형 작물을 둘러싼 논란처럼 일각에선 자연에 유전자 변형 나무를 심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앤드루 뉴하우스 미국 뉴욕주립대 환경과학및산림대 연구원은 “유전자 변형 식물은 대규모 재배 전에 한정된 장소에서 먼저 평가해야 한다”며 “리빙 카본의 주장은 제한된 조건에서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고 말했다.

환경 단체 ‘글로벌 정의 생태 프로젝트’ 역시 “유전자 변형 나무는 자라나는 위협”이라며 “삼림을 보호하고 재생하려는 노력을 방해해 기후에 오히려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뉴욕타임스는 리빙 카본에서 동료 평가로 검증받은 논문을 발표한 적이 없다는 점을 언급했다.

패트릭 멜러 리빙 카본 최고경영기술자(CTO)는 “유전자 변형된 포플러 나무는 모두 암나무로 미국 남동부에서 가장 흔한 포플러 나무와 함께 있어도 번식되지 않아 야생으로 퍼질 가능성은 작다”며 “사유지를 중심으로 계속해서 유전자 변형 나무를 심고 성장 과정을 살펴볼 계획”이라 밝혔다. 매디 홀 리빙 카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에만 400만 그루의 유전자 변형 나무를 심을 예정”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