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도로 위를 달리는 버스에서 초고속 와이파이(Wi-Fi)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실제 도로에서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초고화질 영상,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해 말 김포공항 순환도로에서 현장검증단과 함께 시내‧고속버스 등 차량용 밀리미터파 5G 이동통신 기술 시연에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밀리미터파는 30~300기가헤르츠(㎓) 주파수를 가진 에 해당하는 주파수를 말한다.
ETRI 연구진은 버스 와이파이의 품질, 속도 향상을 위해 22기가헤르츠(㎓) 대역의 5G 밀리미터파 주파수를 이용한 이동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대중교통 와이파이 서비스에서는 3㎓의 낮은 주파수 신호를 사용하지만, 서비스를 품질을 높이기 위해선 30㎓ 이상 높은 주파수의 밀리미터파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밀리미터파는 신호 도달거리가 짧고 회절이 잘 일어나지 않아 실외 환경에서 사용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ETRI 연구진은 기지국의 밀리미터파가 잘 닿지 않는 위치에서도 다른 차량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모바일 릴레이’ 기술을 적용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기지국과 가까운 차량이 받은 신호를 주변 차량과 연결해 통신 거리와 품질을 높이는 방식이다.
한국공항공사와 협력해 김포공항의 국내선 터미널과 국제선 터미널을 잇는 순환 도로에서 이뤄진 이번 시연을 위해 김포공항 인근 건물의 옥상과 도로변 시설에 기지국 시스템을 설치했다. 김포공항 순환도로는 통행량이 많아 실제 도로와 유사한 환경을 갖고 있다.
시연 결과, 버스가 운행할 때도 최대 700Mbps 이상 속도로 와이파이에 접속할 수 있었다. 현재 버스에서 제공하는 와이파이 속도인 약 100Mbps의 7배 빠른 수치다. 빠른 통신 속도가 필요한 고해상도의 AR 콘텐츠를 시청했을 때도 중간에 멈추는 현상 없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확인했다.
이번에 시연한 와이파이 기술은 ETRI가 지난 2019년 개발해 대전시청과 고속도로에서 시연한 통신 기술로, 2021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ETRI 연구진은 앞으로 모바일 네트워크 시스템의 성능을 검증하고, 안정화해 5G 통신 서비스의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상용화 목표 시기는 향후 5년 이내다.
정희상 차량무선네트워크연구실장은”이번 시연은 22GHz 주파수를 실제 통행이 많은 도로환경에서 사용해 5G 코어망과 연결하는 서비스를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버스에서 초고속 5G 서비스를 체감할 수 있도록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검증단으로 참여한 정인철 성공회대 교수는 “커버리지가 넓지 않은 밀리미터파 통신은 실제 도로에 적용하기에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번 ETRI의 시연을 통해 밀리미터파를 활용한 이동 네트워크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향후 활용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