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연구진이 빛의 산란 패턴을 설명할 수 있는 진화 네트워크를 개발했다. 빛은 다른 입자(왼쪽, 파란색)에 부딪히면서 여러 방향으로 퍼져 나가는 산란 현상이 일어나는데, 서울대 연구진이 개발한 네트워크(오른쪽)를 활용하면 빛과 입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알기 쉽게 표현할 수 있다. /서울대 공대

국내 연구진이 빛의 산란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디스플레이, 반도체 산업에서 활용하는 것은 물론, 빛으로 인공신경망을 만드는 광학 AI 시대를 열 수 있는 기술로 평가 받는다.

서울대 공대는 유선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광학 네트워크에 입자가 늘어나는 진화 패턴을 분석해 빛의 산란 현상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빛은 직선으로 이동하다가 다른 입자를 만나면 여러 방향으로 튕겨져 나가는 산란 현상을 일으킨다. 맑은 날 하늘이 파란색으로 보이는 이유도 태양 빛이 대기 중에 있는 기체 분자에 부딪혀 산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산란은 디스플레이, 레이저, 센서, X선 같은 광학 기술에서 중요하게 쓰인다. 대표적으로 반도체에 빛으로 회로를 그릴 때에도 산란으로 불량이 발생할 수 있어, 산란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반도체 품질에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그러나 산란 패턴을 계산할 때 빛이 부딪힐 수 있는 입자의 수가 많아지면 계산에 필요한 자원과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초기에 설정한 입자의 수를 바꾸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유 교수는 복잡한 관계를 분석하는 네트워크 과학에 진화의 개념을 도입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네트워크 과학은 생물학이나 사회적 연결망을 설명는 이론으로, 인간 뇌 신경의 복잡한 상호작용이나 사회 관계를 설명하는 연구에 주로 쓰인다. 네트워크를 이루는 집단의 크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커지거나 작아지기도 하는데, 이를 ‘진화’라고 부른다.

유 교수는 빛과 입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광학 네트워크를 만들고, 입자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빛이 입자에 1대1로 대응하는 방식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빛과 입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계산할 수 있는 방정식을 만들었다.

광학 네트워크 계산 결과를 바탕으로 빛의 산란을 제어할 수 있는 물질도 개발했다. 산란이 더 잘 일어나게 설계한 물질은 균일도보다 산란이 3배 이상 나타났고, 원하는 패턴으로 빛을 산란시키는 물질을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유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빛을 이용한 초고속 머신러닝 연구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빛으로 인공신경망을 만들면 기존 컴퓨터보다 10배 빠르게 학습과 계산을 할 수 있고 에너지 효율도 높지만, 산란·간섭 같은 빛의 특성을 제어하지 못해 상용화로는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유 교수는 “이번 연구는 네트워크 과학 및 진화의 개념을 광학 현상에 도입하여, 광학 네트워크의 개념을 엄밀하게 정의한 첫 연구”라며 “이를 통해 자연계에 존재하는 초균일 패턴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이해하고, 광학 인공신경망이나 메타물질 같은 인공 물질에 적용하는 연구로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컴퓨터과학’에 이달 13일 소개됐다.

유선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서울대 공대

참고자료

Nature Computational Science, DOI : https://doi.org/10.1038/s43588-022-00395-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