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생활 폐수에서 산업 자원인 암모니아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암모니아는 농업용 비료, 플라스틱, 폭발물, 의약품, 발전처럼 다양한 산업에서 쓸 수 있는 자원이다. 암모니아는 탄소 배출도 거의 없어 탄소중립 달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강정구 신소재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전기를 이용해 저농도 질산염 수용액으로부터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고효율 촉매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현재 암모니아(NH₃) 생산 대부분은 `하버-보쉬 공정’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공정은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질소(N₂)와 수소(H₂)를 결합해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방식이다. 안전성에서 문제가 있고, 가격이 비싼 수소를 이용해 생산 비용도 많이 든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친환경적이고 저렴한 질소 기체에 전기에너지로 수소를 붙이는 전기화학적 질소 환원법도 있지만, 생산 효율이 낮아 실제 산업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전기화학적 질산염 환원법은 이론적으로 수용액에 잘 녹는 질산염과 상대적으로 더 약한 질소-산소 결합에너지로 질소 환원법보다 더 높은 효율을 갖는다. 그러나 화학반응을 쉽게 만들어주는 촉매는 물과도 반응할 수 있어 실제 암모니아의 생산 효율은 낮은 편이다. 또 실제 하천이나 강물, 혹은 여러 질산염을 배출하는 폐수에는 질산염이 10mM(밀리몰) 이하의 낮은 농도로 있는데, 질산염의 농도가 낮으면 촉매 특성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KAIST 연구진은 전기화학적 질소 환원법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촉매로 친환경적이면서도 저렴하게 암모니아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KAIST 연구진은 구리 금속 폼과 니켈-철 층상이중수산화물을 사용해 전기촉매를 만들었다.
층상이중수산화물은 두 개의 수산화기 사이에 금속이 들어 있는 구조로, 화학적인 성질을 손쉽게 바꿀 수 있어 촉매 개발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구리 폼은 용액 속의 질산염을 선택적으로 붙잡고, 니켈-철 층상이중수산화물은 화학반응 중 만들어지는 중간 생성물인 수소 라디칼을 구리 폼에 전달한다. 라디칼은 화학 반응이 잘 일어나는 형태로, 구리 폼에 붙은 질산염과 수소 라디칼이 결합해 암모니아로 바뀌게 된다. 촉매에 쓰이는 구리, 철, 니켈 모두 귀금속과 비교해 지구에 풍부하고 비용이 저렴해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이번에 개발된 촉매는 질산염에서 암모니아를 직접적으로 만들 수 있고, 전기화학적 질산염 환원법의 단점인 저농도 질산염 수용액에서 생산 효율이 낮다는 문제도 해결했다.
촉매의 성능을 실험한 결과에서도 기존 촉매의 암모니아 생산 효율이 70% 이하였던 반면 이번에 개발된 촉매는 90% 이상으로 경제성이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촉매의 문제였던 낮은 질산염 농도에서 암모니아의 낮은 생산 효율도 개선했다. 생활폐수 수준의 질산염 농도인 10mM 수용액에서 최대 80%의 생산 효율을 보였고, 1mM 수용액에서도 전류를 높였을 때 생산 효율이 최대 10%로 나타났다.
강 교수는 “친환경적인 전기에너지로 암모니아를 만들면, 비싼 수소 기체를 이용한 암모니아 생산 공정을 대체할 수 있다ˮ면서 “실제 강물, 하천, 공장 폐수에 포함된 질산염을 농축하지 않고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 질산염을 이용한 암모니아 생산 상용화에 기여할 것ˮ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에너지·환경 과학’에 지난달 24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DOI : https://doi.org/10.1039/D2EE03461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