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전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 단장이 지난해 4월 떠나며 공석으로 남겨진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자리가 조만간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7일 과학계에 따르면,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에 구본경 현 부단장이 단독 후보로 지원했다. 지난달 말 면접이 진행됐고, 4월에는 연구단 선정평가위원회에서 후보자의 심층평가 적합 여부를 결정한다. 5월에 열리는 IBS 과학자문위원회가 최종 확정하면 새로 단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은 김진수 전 단장이 있는 동안 유전자가위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내며 주목을 받았다. 유전자가위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김 전 단장 덕분에 IBS 유전체교정연구단도 크리스퍼 이후 급부상한 유전자가위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연구단으로 평가받았다. 김 전 단장이 떠나면서 공석이 된 후로는 누가 뒤를 이을지에 대해 과학계가 예의주시해 왔다.

단독 후보가 된 구본경 부단장은 김 전 단장이 IBS를 떠난 이후 직무대행을 맡아 연구단을 이끌었다. 구 부단장은 줄기세포를 활용해 만든 오가노이드(장기 유사체)로 노화 연구에서 모자이크 유전학이라는 새 분야를 개척했다. 줄기세포 분야에서 논문 인용 상위 1%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포스텍에서 생물학으로 학사와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고, 2017년부터 오스트리아 분자생명공학연구소에서 연구를 해오고 있다. 현재는 오스트리아 연구실을 정리하고, 한국에서 연구를 이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구본경 IBS 유전체교정연구단 부단장. /인터파크홀딩스

일각에선 구 부단장의 연구 분야가 유전자 가위가 직접적으로 아니라는 점을 들어 연구단의 연구 방향성이 바뀌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유전체 편집을 연구하는 A교수는 “구 부단장은 줄기 세포 분야의 새로운 연구단을 만든다면 이견이 없을 정도로 연구 역량이 훌륭하다”면서도 “다만 엄밀하게는 줄기세포와 유전체 교정은 다른 분야인 만큼 국내 유전자 가위와 유전체 교정 연구를 대표할만한 인물이라고 해도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과학계 관계자는 “아직 심사가 끝나지 않은 단계인 만큼 구체적인 사안은 밝히지 못하지만, 구 부단장은 뛰어난 연구 역량을 갖췄고 단장 직무대행과 부단장 역할도 충실히 해온 만큼 후보로서는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단장으로서의 자격은 앞으로 남은 심층평가 같은 절차를 거치면서 검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평가에서 단장 선정을 하지 못하면 한때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유전체교정연구단은 폐지 수순으로 가게 된다. IBS는 연구단을 대표하는 단장을 중심으로 연구단을 운영하는데, 단장이 공석이 되면 연구단을 폐지하기도 한다. 2012년 만들어진 면역미생물공생연구단은 2018년에 찰스서 단장이 별세하면서 후임자를 찾지 못해 결국 문을 닫았다.

IBS는 김진수 전 단장이 재판을 받으면서 연구단의 유지·폐지를 결정하는 8년차 성과평가를 진행하지 못했다. IBS 관계자는 “연구단장이 재판을 받는 초유의 사태로 성과 평가를 못했지만 김 단장이 물려나면서 전문가 위원회를 열어 새 단장을 뽑는 조건으로 연구단을 유지하는 쪽으로 간신히 결론을 내렸다”며 “새 단장이 선임되면 연구단이 유지되고 그 뒤 성과 평가를 어떻게 할지 논의해서 다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전 단장은 구 부단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 전 단장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구본경 부단장은 유럽의 선진 기술, 연구 문화를 경험해 국내에서 새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 부단장의 전문 분야가 유전자 가위가 아니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전문 분야가 유전체 교정이 아니라는 부분도 응용 연구라는 장점도 있는 만큼 단장이 된다면 잘 이끌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진수 전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조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