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KERI)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공동 연구진이 3D 프린팅 기술로 증강현실(AR) 기반 내비게이션을 구현할 수 있는 스마트 콘텍트렌즈의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KERI는 6일 “설승권 스마트 3D프린팅 연구팀 박사 연구진과 정임두 기계공학과 UNIST 교수 연구진이 함께 3D 프린터로 AR 기반 내비게이션을 구현할 수 있는 스마트 콘택트렌즈의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지난달 25일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스마트 콘택트렌즈는 사람의 눈에 일반 렌즈처럼 장착돼 정보를 제공하는 제품이다. 주로 건강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구글 등에서 실제 환경에 가상의 정보를 합성하는 AR을 구현하기 위해 스마트 콘택트렌즈 개발에 나섰지만 기술 난이도가 높아 상용화까지 많은 난관이 놓여 있다.
스마트 콘텍트렌즈로 AR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전기변색 디스플레이’와 ‘순수 프러시안 블루’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주목 받는다. 전기변색 디스플레이는 전기화학적 반응에 의해 물질의 색이 가역적으로 변하는 현상을 이용한 디스플레이다. 낮은 전력으로 구동이 가능해 콘택트렌즈에 적합하다. 순수 프러시안 블루 색상은 구현하는 데 가격 경쟁력이 높고 색상 간 대비와 전환이 빠르다. 그러나 기존의 전기 도금 방식은 색을 기판에 필름 형태로 코팅하다 보니 글자나 숫자, 이미지 등의 정보를 표현하는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전압을 걸지 않아도 3D 프린터를 이용해 렌즈 디스플레이에 마이크로 패턴을 인쇄해 AR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술의 핵심은 ‘메니스커스(Meniscus)’다. 메니스커스는 물방울 등을 일정하게 지그시 누르거나 당기면 모세관 현상에 의해 물방울이 터지지 않으면서 외벽에 곡면이 형성되는 현상이다.
AR 구현에 필요한 프러시안 블루는 마이크로 노즐과 기판 사이에 형성된 메니스커스 안에서 용매를 증발시켜 결정화시킬 수 있었다. 기존 전기 도금처럼 전압을 걸 경우에는 기판이 반드시 전기가 통하는 전도체여야 했다. 그러나 메니스커스 현상을 활용하면 용매가 자연 증발해 결정화되기 때문에 기판의 종류에 제약이 없었다.
연구진은 노즐을 움직여가며 메니스커스 현상을 이용해 구현한 프러시안 블루로 마이크로 패턴을 만들어냈다. 평면뿐 아니라 곡면에도 패턴 형성이 가능했다. 연구진의 마이크로 패턴 기술은 7.2μm(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AR용 스마트 콘택트렌즈 디스플레이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미세했다. 색상도 연속적이며 균일했다.
연구진은 해당 기술을 내비게이션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간단하게 렌즈를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AR을 통해 사람의 눈 바로 앞에 내비게이션이 펼쳐지는 셈이다. 2016년 출시돼 큰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 고’ 같은 AR 게임도 스마트폰이 아닌 스마트 콘택트렌즈로 즐길 수 있게 된다.
설승권 박사는 “우리의 성과는 AR을 구현하기 위한 기존 스마트 고글이나 안경보다 훨씬 편하고 저렴한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상용화할 수 있는 3D 프린팅 기술”이라며 “AR 기기의 소형화와 범용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프러시안 블루의 마이크로 패터닝 기술이 AR 분야를 넘어 배터리와 바이오센서 기업들의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라 예상한다. 관련 수요업체를 발굴해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참고 자료
Advanced Science, DOI: https://doi.org/10.1002/advs.202370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