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여년간 중국과 한반도 사이에 사는 곤충 개체 수가 8%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곤충은 생태계에서 먹이가 되거나 수분 매개, 다른 생물의 개체 수 조절에 큰 역할을 하는 만큼 보존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공밍 중국 농업과학원 식물보호연구소 연구원 연구진은 3일(현지 시각) 초식 곤충이 줄면서 잠자리처럼 초식 곤충을 먹는 천적 곤충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여러 연구를 종합해보면 최근 전세계적으로 곤충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독일 통합생물학센터가 2020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최근 30년 동안 육지에 서식하는 곤충의 개체 수가 4분의 1 넘게 감소했다. 난개발로 곤충의 서식지가 감소하고 살충제나 폐수 등 오염원이 원인으로 꼽힌다. 기후 변화로 날씨와 계절이 자주 바뀌는 것도 영향을 준다.
연구진은 2003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과 한반도 사이에서도 곤충 개체 수가 변했는지 살폈다. 중국의 산둥반도와 랴오둥반도 사이에 있는 발해만에서 98종의 곤충이 이동하는 패턴을 추적했다. 레이더를 이용하거나 곤충이 선호하는 빛으로 유인해 개체 수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이 기간 중 해당 지역의 곤충 개체 수는 8% 감소했다. 배추좀나방과 유럽옥수수좀처럼 식물을 먹는 곤충도 매년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잠자리나 무당벌레, 딱정벌레 등 초식 곤충을 먹이로 하는 천적 곤충의 개체도 줄었다. 먹잇감인 초식 곤충이 줄어들면서 천적 역시 개체 수가 감소한 것이다. 곤충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름을 기준으로 해도 천적 역할을 하는 곤충은 개체 수가 19.3%나 감소했다.
연구진은 곤충 개체 수 감소가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천적이 줄어 진딧물 등 초식 곤충이 많아지면 사람들이 먹는 작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곤충은 식물을 수분하고 해충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에 영향은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데이비드 와그너 미국 코네티컷대 생태학및진화생물학과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먹이 사슬의 정점에 있는 포식 곤충은 멸종에 취약하다”며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먹이 사슬 아래에 있는 개체의 수가 충분히 유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매튜 모란 미국 헨드릭스 칼리지 생물학과 명예교수는 “기후가 계속 변하면서 먹고 먹히는 관계를 나타내는 ‘먹이 그물’이 극적으로 변할 것”이라며 “핵심 종을 잃는 것은 희귀한 종의 개체 수 감소보다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며 “곤충 종류가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하거나 개체 수가 줄면 먹이 사슬의 연결 고리도 약해질 것”이라 설명했다. 덧붙여 “결과적으로는 전체적인 먹이 사슬이 풀리게 될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생태계를 복원하거나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해충을 없애는 프로젝트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 DOI: 10.1126/sciadv.ade9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