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상북도 구미시 SK 실트론에서 열린 반도체 웨이퍼 증설 투자협약식에 참석, 격려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한국의 반도체 기술 경쟁력이 갈수록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K-반도체’의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나온 보고서여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1일 공개한 ‘학술논문 데이터로 본 글로벌 반도체 기술패권 경쟁’ 보고서는 한국의 반도체 관련 연구 경쟁력이 세계에서 4~6위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2000년부터 2021년까지 출판된 192만건의 반도체 관련 논문을 분석한 결과를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전체 논문 수에서 2010년까지 1위를 차지하다가 2011년에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중국은 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피인용 상위 10% 논문 수’에서도 2016년부터는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엎치락 뒤치락하는 사이 한국의 경쟁력은 세계 최상위권에 다다르지 못했다. 피인용 상위 논문 수는 2010년까지 7위를 유지하다 2016년 이후 4위까지 올랐지만 그 이상 나아가지는 못했다. 최상위(1%) 논문 수는 최근까지도 6위에 머물렀다.

세부 분야별로 보면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등에서 한국이 강점이 있었다. 하지만 연구활동도와 영향력을 결합한 분석 결과에서는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았다.

반면 중국은 나노입자, 유기 반도체, 광촉매 등의 분야에서 이미 미국을 앞질렀고, 2차원 물질과 나노전자기계 시스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등 유기반도체 소재·응용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안세정 글로벌R&D분석센터 책임연구원은 “한국이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고 중장기적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전반적인 연구영역 포트폴리오 점검과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제조·산업 분야 중심의 투자 기조에서 벗어나, 기초·원천 분야에 대한 전략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통한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