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계가 조선시대에 기록된 핼리혜성 관측 기록의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한다. 해당 사료(史料)는 왕실이 핼리혜성을 관측한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1일 과학계에 따르면 한국천문연구원은 한국천문학회·한국우주과학회·연세대와 함께 다음 달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학술정보원에서 조선의 천문 관측 자료인 ‘성변측후단자’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다.
성변측후단자는 조선시대 천문·지리 등 기상 담당 관청인 ‘관상감’에서 기록한 천문 관측 자료다. 주로 혜성이나 초신성, 운석과 같은 특이한 천문현상을 기록해 현재 대통령 비서실 격인 승정원을 거쳐 왕에게 보고됐다. 성변측후단자에 기록된 천문현상은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에도 기록됐다. 현재 성변측후단자는 연세대가 보관하고 있다.
천문연 고천문연구센터는 202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학술대회에서 성변측후단자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이후 ‘성변측후단자 기록유산 등재 추진위원회(추진위)’를 구성했다. 이번 업무협약은 천문연을 비롯해 한국천문학회와 한국우주과학회, 연세대가 모여 본격적인 등재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의미다. 추진위원장은 천문연 원장을 역임한 이형목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맡았다.
추진위가 주목하고 있는 성변측후단자의 내용은 영조 35년인 1759년 4월의 기록이다. 당시 기록은 조선 상공에 나타난 핼리혜성을 관측한 것으로, 왕실 산하 관청이 관측한 자료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다. 총 35명의 천문 관료가 핼리혜성 관측에 투입됐고, 25일 동안 핼리혜성의 위치, 크기, 색 변화를 기록했다. 별자리에 따른 핼리혜성의 위치, 밝기 등이 세세하게 기록돼 조선의 천문학 수준을 보여줄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 평가된다.
핼리혜성은 1705년 영국의 천문학자인 에드먼드 핼리가 76년의 주기를 예측한 혜성이다. 당시 핼리는 1682년 지구에서 관측된 큰 혜성이 1758~1759년에 다시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비록 핼리는 1742년 사망해 핼리혜성을 보지 못했지만, 성변측후단자를 통해 핼리혜성이 돌아온 사실을 추적할 수 있는 것이다.
성변측후단자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지난해 11월 경북 안동시에서 열린 제9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회(MOWCAP)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세계기록유산 등재 후보에 올리기 위해선 학술대회·심포지엄을 다수 개최해야 하는 만큼, 등재 완료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양홍진 천문연 고천문연구센터장은 “성변측후단자는 한국 역사에서 나타난 우수한 천문학 수준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라며 “최근 유네스코도 과학 관련 문화유산 등재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관계자들도 굉장히 긍정적인 반응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