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의학원 전경. /조선DB

한국원자력의학원 신임 상임감사에 여당 출신 정치컨설턴트가 선임됐다. 올해 국가출연연구기관 기관장의 임기 만료가 줄줄이 예정된 가운데 과학기술계에선 전문성 없는 낙하산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과기계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지난 18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보솔주식회사 전 대표인 김성현씨를 상임감사에 선임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으로 원자력병원과 방사선의학연구소 등을 운영하는 곳이다. 임기 3년의 상임감사는 연봉이 1억5000만원 정도다.

문제는 김씨가 원자력이나 의학에 별다른 관련이 없다는 점이다. 김씨가 대표로 재직한 보솔주식회사는 기업과 입법·행정부 사이의 원활한 소통을 돕기 위한 PA(Public Affair·공공업무) 기업을 표방한다. 정치권에서는 정치 컨설팅 업체로 설명한다.

실제로 김씨는 정치권에서 대부분의 경력을 보냈다. 1996년 권철현 의원의 비서관으로 국회 생활을 시작해 이명박 대선 캠프를 거쳐 남경필 의원실에서 보좌관을 지냈다. 남경필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를 지낼 때는 정무특보를 맡기도 했다. 남경필계의 핵심 인사로 꼽힌다.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대통령의 캠프에서 뛰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MB계의 몫으로 윤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한국원자력의학원을 관리하는 과기정통부는 김씨가 결격 사유가 없으니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식 공모 절차를 거쳐서 이사회 통해 선임됐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꼭 원자력에 대한 전문성이 없어도 감사 업무는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이사회는 사실상 정부의 뜻대로 움직인다. 공석인 이사장 자리를 대행하는 건 과기정통부의 권현준 국장(거대공공연구정책관)이다. 이외에도 김동일 기획재정부 경제예산심의관, 신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사선방재국장 등 정부 관계자가 이사를 맡고 있다. 이외에는 의대나 약대 교수 등이 대부분이다. 낙하산이 내려오면 애초에 막을 수 없는 구조다.

과기계에선 올해 여러 출연연이나 공공기관에 낙하산이 내려 오는 걸 경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출연연 기관장의 임기가 올해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화학연구원, 에너지기술연구원의 원장 임기가 이미 작년 말에 끝났지만 아직 후임 기관장 선임이 안 되고 있고, 생산기술연구원, 표준과학연구원, 기계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도 올해 상반기에 기관장 임기가 끝난다. 감사나 이사까지 합치면 더 많은 자리가 공석이 된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크고 기술적인 발전도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낙하산 인사가 기관장을 맡는 것만큼 과기계 발전에 장애물이 되는 것도 없다”며 “과기 분야는 전문성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