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전력 소모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했다. 데이터 저장에 쓰이는 전력으로 인한 에너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전상훈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음의 정전용량 효과’를 활용해 기존 플래시 메모리가 가진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7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에 발표됐다.
음의 정전용량 효과는 전압이 커질 때 전하량이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특성을 갖는 유전체를 반도체에 사용한다면 축전기(캐패시터)의 전압을 키워 전력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음의 정전용량 효과는 주로 외부의 전기장 없이도 자석의 성질을 갖는 강유전체에서 나타나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를 이용하려는 시도가 최근까지 이뤄졌다.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의 강유전체는 태양광 발전에 쓰이는 주요 소재인 만큼 그간 많은 연구가 쌓여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페로브스카이트 강유전체는 소형화가 어렵고 반도체 제조 공정에 적합하지 않아 반도체에 활용하려면 새로운 소재의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KAIST 연구진은 페로브스카이트 강유전체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하프늄옥사이드 강유전체 박막을 사용한 플래시 메모리 개발에 성공했다. 하프늄옥사이드는 이미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하고 있지만, 음의 정전용량 효과가 불안정해 여러 번 사용이 어렵고, 높은 전압에서만 나타난다. 연구진은 하프늄옥사이드 박막의 전극 방향을 일정하게 배열해 단점을 해결했다. 이렇게 개발한 플래시 메모리는 기존보다 전력 소모가 1만배 이상 낮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메모리 반도체의 성능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메모리 반도체는 최근 저장 용량을 높이기 위해 2차원(2D)이 아닌 층을 쌓아 3D로 만드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데이터 저장 용량, 전송 속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2028년에는 1000단 이상이 층을 쌓는 기술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축전기가 여러 층으로 쌓이면 축전기에 저장되는 전하량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겨 정상 작동을 위해서는 많은 전력을 써야 한다. 이번에 개발된 하프늄옥사이드 강유전체를 사용하면 축전기의 전압을 낮춰 전하량을 높일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가 작동하는 데 사용하는 전력량은 줄어든다.
KAIST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플래시 메모리를 이용해 인메모리 컴퓨팅도 구현했다. 인메모리 컴퓨팅은 메모리를 이용해 데이터 저장뿐 아니라 연산까지 할 수 있는 기술이다.
논문 제1저자인 김태호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박사과정 연구원은 “인메모리 컴퓨팅은 마치 사람의 신경세포처럼 작동해 차세대 컴퓨팅 기술로 기대를 받고 있다”며 “인메모리 컴퓨팅을 구현하려면 빠른 속도, 낮은 전력소모량을 가진 메모리 반도체 개발이 중요한 만큼 이번 연구의 중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DOI : https://doi.org/10.1002/adfm.202208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