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최악의 눈폭풍이 미국 전역을 휩쓸었다. 우주에도 같은 처지인 천체가 있다. 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Enceladus)가 최고 700m 두께의 눈으로 덮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미국 국립항공우주박물관의 에밀리 마틴 박사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이카루스(Icarus)’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마틴 박사는 “엔셀라두스는 훨씬 심하긴 하지만 최근 버팔로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뉴욕주 버팔로시는 지난달 크리스마스 휴가철에 단 5일간 눈이 쏟아져 254㎝까지 쌓였다. 이는 버팔로시 역사상 최단시간에 가장 많이 내린 눈으로 기록됐다. 엔셀라두스는 그보다 수백배 눈이 내린 셈이다.
◇아이슬란드 지질연구로 눈 깊이 추산
엔켈라두스는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와 함께 태양계에서 물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큰 천체로 꼽힌다. 특히 다른 곳처럼 물을 살짝 얼린 슬러시나 얼음 상태가 아니라 생명체가 탄생하기에 충분한 온도의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엔켈라두스는 표면이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 있다. 무인 탐사선 카시니호는 2005년 엔켈라두스 남극에서 물기둥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을 포착했다. 이후 지하 40㎞에 최대 깊이 10㎞의 바다가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마틴 박사는 표면으로 분출된 물기둥이 일부는 토성에 끌려가 고리를 만들고 나머지는 다시 얼면서 눈으로 내린다고 설명했다.
엔켈라두스에 내린 눈은 표면에 마맛자국처럼 보이는 충돌구에 쌓여 눈사람과 같은 형태를 이뤘다. 연구진은 충돌구에 쌓인 눈의 깊이를 아이슬란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계산했다.
아이슬란드에는 지표면의 갈라진 틈으로 돌이나 얼음, 눈이 빠지면서 만들어진 구덩이들이 많다. 겉으로 보면 엔셀라두스의 충돌구와 비슷하다. 연구진은 2017~2018년 아이슬란드의 함몰 지형 형태와 햇빛이 비치는 각도를 이용해 구덩이의 깊이를 계산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를 엔셀라두스에 적용해 직접 가보지 않고도 구덩이에 쌓인 눈 깊이를 추산해낸 것이다.
◇지하 온천수 분출, 과거 더 강했다
과학자들은 토성이 끌어당기는 힘 때문에 엔켈라두스 내부 바다에 마찰열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해저 온천이 생긴다고 본다. 온천수가 지표면의 갈라진 틈을 타고 물기둥으로 분출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카시니가 촬영한 사진을 통해 물기둥이 만든 폭설이 엔켈라두스의 충돌구에 수백미터 깊이로 쌓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가장 많이 쌓인 곳은 700m 깊이까지 나타났다.
엔켈라두스가 만약 지금처럼 물기둥을 뿜었다면 태양계 나이인 45억년이 걸려야 그 정도 깊이로 눈이 쌓일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그렇다고 엔켈라두스가 그 오랜 시간동안 일정하게 물기둥을 뿜기는 어렵다. 마틴 박사는 그보다 과거 어느 시점에 지금보다 더 강하게 물기둥이 분출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충돌구에 쌓인 눈으로 엔켈라두스의 과거를 추적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앞으로 엔켈라두스의 지하 바다를 직접 탐사할 때 탐사선이나 탐사로봇이 어디에 착륙해야 안전할지 기본 정보도 제공했다. 엔켈라두스 탐사 계획을 연구하고 있는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의 새넌 매킨지 박사는 “핵심 질문 중 하나가 어디에 착륙선이 내려야 하는가이다”라며 “이번 연구 논문은 착륙하기에 너무 눈이 많이 내린 곳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참고자료
Icarus, DOI: https://doi.org/10.1016/j.icarus.2022.115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