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에 있는 한 댐 주변 땅이 가뭄으로 바싹 말라 갈라져있다. /로이터

2024년 갑진년은 지구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3년째 평균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던 열대 태평양 해수 온도가 올 하반기부터 올라가면서 내년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더 올라갈 것이란 분석이다.

영국 기상청은 2020년 9월 이후 3년째 이어지던 라니냐가 올해 3월 끝나고 하반기부터 엘니뇨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최근 공개했다. 애덤 스케이프 영국 기상청 장기예측부문 책임자는 “엘니뇨 영향으로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3도 오르면서 지구 평균 온도는 0.3도가량 오를 것”이라며 “온실가스로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2도 오른 상태인데, 여기 엘니뇨 영향이 합쳐져 내년에는 1.5도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까지 오른 경우는 아직까지 없다.

엘니뇨(El Nino)는 2~5년마다 상대적으로 낮았던 열대 동태평양과 중태평양의 해수면온도가 평상시보다 높은 상태로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다. 아직까지 해수면 상승의 정확한 원인을 밝혀지지 않았지만 태평양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이 약화하면 서태평양의 따뜻한 물이 동쪽으로 이동하여 페루연안(동태평양)에 따뜻한 해수층을 형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적도 태평양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 /유튜브 캡쳐

반대 현상인 라니냐(La Nina)는 적도 무역풍이 평년보다 강해지면 태평양 동쪽에 있는 따뜻한 바닷물을 서쪽으로 옮겨 해수면과 수온이 평년보다 상승하고, 찬 해수의 용승 현상 때문에 적도 동태평양에서 저수온 현상이 나타나면서 바닷물이 평년 수온보다 0.5도가량 내려가는 경우를 뜻한다. 이 때문에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적도 태평양 서쪽 국가들 기후가 고온다습한 반면 멕시코, 페루, 칠레 등 중남미 날씨는 비교적 차갑고 건조하다.

라니냐와 엘니뇨는 무역풍 세기에 따라 번갈아가면서 나타나는데 이를 ‘엘니뇨 남방진동(ENSO)’이라고 한다. 지구의 기온과 강우량은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변하는 이 진동 주기의 영향을 받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속적인 온실가스 배출 영향으로 진동 주기가 전보다 불균형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준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아직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온실효과가 주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학계의 지배적 시각”이라고 말했다.

온실효과로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 엘니뇨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지며 해수면 온도까지 높게 유지돼 자연재해 강도는 더 심각해진다. 지구 온도가 높을수록 공기가 수증기를 더 많이 포함하는데 이런 경우 평소보다 강수량이 폭증하며 홍수 피해가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생태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호주 제임스쿡대 테리 휴즈 명예교수는 “지난해 라니냐 영향으로 호주 연안 산호초 군락인 그레이트베리어리프가 집단 동사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올해 라니냐가 끝나고 엘니뇨가 길게 이어지며 해수면 온도가 높게 유지되면 마찬가지로 산호초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난 2018년 지구 평균 온도가 섭씨 1.5도 상승할 경우 산호초 70~90%가, 섭씨 2도 이상 상승하면 99% 이상이 소멸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호주 연안의 거대 산호초 군락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가 라니냐 영향으로 집단 동사한 모습. /AFP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