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일본 열도를 강타한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가 한반도에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9일 인천 강화도에서 발생한 지진이 그 증거다. 그동안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보다 강화도 지진은 진원(震源)이 깊었다. 그동안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던 지역에서도 지진이 발생하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어 비교적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수도권에서도 지진이 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연구진은 10일 “최근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을 분석한 결과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이전과 다른 곳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진원도 깊어졌다”고 밝혔다.
동일본 대지진은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쯤 발생했다.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인 규모 9.0으로 발생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1900년 이후 발생한 지진 중 네 번째로 강력한 수준이다. 당시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지진해일)와 건물 붕괴, 대형 화재로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2011년 3월~2022년 3월) 한반도에서는 총 418회의 지진이 발생했다. 동일본 대지진 발생 전(2000년 3월~2011년 3월) 328회보다 27.4% 많았다.
홍태경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한반도가 일본 열도 방향으로 끌려가면서 지진 발생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대지진 이후 서해는 2㎝, 동해는 5㎝ 정도가 일본에 가까워졌다. 동해가 서해보다 더 많이 끌려가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한반도가 3㎝ 늘어났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한반도의 지표면이 늘어나면, 지반은 느슨해지고 약해진다. 지구의 지각은 수십억년의 세월을 거치며 외부 힘에 저항하는 응력이 쌓이고, 힘의 균형을 맞춘다. 하지만 동일본 대지진으로 한반도가 늘어나면서 오랜 시간 균형을 유지하던 지각에 균열이 발생하고 단층이 형성돼 지진이 많아진 것이다.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던 곳에서 지진이 일어나거나 진원이 깊은 땅속으로 관측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홍 교수는 설명했다.
홍 교수는 “쉽게 얘기하면 한반도가 느슨한 땅이 됐고, 지진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힘이 더 작아졌다”며 “지각은 이미 힘의 균형을 잡고 절묘하게 평형 상태를 이루고 있는데,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갑자기 땅이 약해지면서 연쇄적으로 부서지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가 수십 년 동안 이어진다는 점이다. 2004년 12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서 발생한 규모 9.1의 대지진의 여파를 보면 알 수 있다.
홍 교수는 “수마트라 대지진 여파로 아직도 인근 지역에서는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며 “수십 년 동안 대지진 여파가 지속되는 것은 당연한 일로 받아 들여진다”고 말했다.
수도권이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조창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현재 대도심이나 수도권 지역에도 과거 지진이 발생했다는 역사 자료들이 있다”며 “지진 연구자들은 대부분 수도권에서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인천 강화도 사례처럼 규모 3 정도의 지진이 여러 번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진 연구자들은 언제 도심을 강타할지 모르는 지진 관련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진계 설치 지역을 늘리고, 전국적으로 단층을 조사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홍 교수는 “한반도 지진은 지표에서 단층 흔적이 보이지도 않고, 발생하고 나서도 여전히 그 자리에 가보면 단층을 찾기 힘들다”며 “지역을 나눠 지하에 숨어있는 단층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조창수 센터장도 “지진 자체를 관측하고 감시하기 위해 지진계를 조밀하게 설치할 필요가 있다”며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항상 주지해야 한다”고 했다.